‘전국 행정망 마비사태’ 장기화 우려
17일 늦게까지 장애원인 못찾아
해외출장 이상민 장관 급거귀국
하루종일 안내·재난문자도 안보내
행안부 “국민 불이익 소급해 처리”
17일 하루동안 정부 행정망 마비로 전국이 대혼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날 밤 늦게까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원인을 찾지 못했으니 시스템이 언제 복구될지 예측도 못하는 상황이다. 해외 출장 중이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 중이다.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이번에 발생한 시도새올(지방행정공통시스템) 장애의 원인을 공무원 전용 인증시스템인 행정전사서명(GPKI) 장애라고 파악하면서도 이 문제가 장비(하드웨어) 문제인지, 프로그램(소프트웨어) 문제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새올 시스템 장애로 지자체 민원실과 정부24 등에서 업무처리 지연이 발생했다”면서 “하지만 시스템 오류 원인을 명확히 찾지 못해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행안부의 미숙한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행안부는 오전 9시 행정업무를 시작할 때쯤 장애가 발생했는데 오후 6시 업무종료 때까지도 상황을 수습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국 주민자치센터에서 각종 문서발급이 중단됐고, 급기야 정부24 사이트까지 먹통이 됐지만 오후 늦게야 ‘국민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전국에서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데도 재난문자나 안내문자 발송도 하지 않았다.
특히 이날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한국의 ‘디지털정부’를 홍보하기 위해 해외 출장 중이었다. 지난 13일부터 8일간 포르투갈과 미국을 방문 중인데, 지난 14일(현지지각) 포르투갈에서 열린 디지털네이션스 장관회의에 참석했고, 16일(현지시각)에도 미국 워싱턴DC에서 악셀 판 트로젠부르크 세계은행 사무총장과 디지털정부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주무부처 장관이 해외에서 우리 디지털정부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있는 사이에 국내에서는 전국의 행정전산망이 하루 종일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장관은 17일 현재 남은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행정망 전산장애가 그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행안부는 이번 전산장애로 인해 국민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주민센터에서 처리되는 납부, 신고 등 공공민원에 대해서는 납부기한을 장애가 복구돼 납부할 수 있게 되는 시점까지 연장하고, 확정일자 등과 같이 접수와 즉시 처리를 요하는 민원은 민원실에서 먼저 수기로 접수를 받은 뒤 오늘자로 소급해 처리해 주기로 했다. 이 밖에도 이번 전산장애로 발생한 불편사항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조해 불편·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산장애를 신속히 복구해 불편을 해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