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꼰대' 자처할수록 … '이준석 신당' 성공 확률 높아진다
여 "조직·인물·자금 없어 실패" … 이, 연락망 이틀만에 4만명 돌파
여 '윤심 공방', 야 '어린 놈' 자충수 … 무당층의 '신당 기대감' 키워
2021년 6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 돌풍'을 예고한 사람은 없었다. 중진 주호영과 나경원의 양자대결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0선·30대인 이준석이 '기존 정치문법'을 깨는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판세가 흔들렸다. 이준석은 선거 캠프를 두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을 누볐다. 홍보 문자메시지도 없앴다. 대신 SNS를 백분활용했다. 그 결과 고작 3000만원을 들여 대표에 당선됐다. 기존 당권주자들은 수천명 규모의 조직을 앞세워 수십억을 쓰곤 했다. 이준석의 '새로운 정치문법'에 수십년 통용되던 정치권 관례가 일거에 무너졌다. '3000만원의 기적'으로 불릴만 했다.

◆'기존 정치문법' 깼던 이준석 = 이 전 대표가 12월 27일을 시한으로 신당 창당 움직임을 가시화하자, 여권에서는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신당은 실패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여권이 신당 실패를 예견하는 건 '기존 정치문법'에 근거한다. 여권 관계자는 "창당을 하려면 조직과 인물, 자금이 바탕이 돼야하는데 이 전 대표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과거 신당 창당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1992년 통일국민당(정주영)과 1996년 자유민주연합(김종필), 2016년 국민의당(안철수)이 조직·인물·자금을 어느정도 갖추고 있었다는 걸 근거로 삼는다.
여권의 '기존 정치문법'대로라면 이 전 대표의 창당 조건은 빈약한 게 사실이다. 이 전 대표에게는 조직과 인물, 자금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 전 대표측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정치문법'으로 돌풍을 일으켰 듯 이번에도 '이준석식 창당'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이 전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김철근 전 대표 정무실장은 19일 내일신문 통화에서 "과거 보수정당은 동원을 통한 조직력에 기반했다. 정당에는 인물과 조직, 자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봤다. 과거 개념으로 보면 (창당하는데) 우리 생각보다 수십, 수백배를 더 써야할 걸로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교통과 통신이 변했고 (돈 없이) 소통할 수 있는 SNS가 있다. 우리는 지지자 연락망을 구축하는데 전혀 돈이 들지 않았다. 나중에 창당할 경우에도 돈 안들이고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지난 18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시작한 지지자 연락망 구축에는 20일 오전 9시 현재 4만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이 전 대표는 밝혔다. 연락망 구축에 참여한 지지자는 훗날 창당 때 발기인과 당원으로 '변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공개한 참여자만으로도 정당법이 요구한 창당 기준(발기인 200명 이상, 당원 1000명 넘는 시도당 5곳 이상)을 충족시켰다. 이 전 대표는 19일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글과 함께 연락망 참가자들의 시도별 현황을 공개했다. 서울과 경기 등 7개 시도가 이미 1000명선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차악 견제하려 신당 선택" = 거대여야가 '꼰대스러움'으로 비판 받는 행태를 반복하는 것도 '이준석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신당'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비판적인 무당층을 배경 삼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조대원 리서치한국 여론정책연구센터장은 지난 15일 내일신문 통화에서 "윤석열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면서, 민주당보다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이준석) 신당이 나온다면, 최악의 국민의힘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이란 차악을 택해왔던 유권자들이 민주당이란 차악을 견제하기 위해 신당을 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30대를 겨냥한 홍보 현수막을 제작했다가 2030대를 비하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가 적힌 현수막을 공개했다. 2030대를 정치·경제에 무지한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한동훈 법무장관을 겨냥해 "어린 놈"이라고 비판했다가 '꼰대스럽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는 혁신안을 놓고 2주 넘도록 신경전을 펼칠 뿐 가시적인 성과는 무소식이다. 지도부와 혁신위는 '윤심(윤 대통령 마음)'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여권 인사들끼리 "대통령은 내 편이야"라며 싸우는 모습은 2030대에게는 '꼰대스러움'으로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거대여야가 스스로 '꼰대'를 자처하면서 '이준석 신당'에 대한 무당층의 기대감만 키운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