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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불법대부업자, 저신용·저소득 청년·자영업자 노린다

상담·검거건수 해마다 증가세 … 성 착취 동반 신·변종도 등장

등록 : 2023-11-20 11:18:05

경기침체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고금리 불법사금융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불법대부업자들은 저신용·저소득 청년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약한 고리를 교묘하게 파고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무등록 대부업자 A씨를 구속하고, 공범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관계자가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연 3000%가 넘는 초고금리를 내걸고 채무자들에게 나체 사진을 받아내 유포·협박해온 악질 불법 사금융 일당을 검거하고 증거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주범 A씨 등 일당 5명은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최근까지 10년간 서울 동대문과 지하철역 주변 상가 등에서 총 9073회에 걸쳐 400억원대 불법 대출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불법대부업 전단지를 뿌린 뒤 급전이 필요한 영세업자 2000여명에게 돈을 빌려주고, 최고 203%의 고금리를 적용해 69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 특히 A씨는 대출 내역을 숨기기 위해 주로 타인 명의의 대포폰을 사용하고, 현금 위주로 대출을 하면서 조직을 관리해왔다. 또 단속에 대비해 대출 내역은 대부분 50%만 장부에 기재하는 식으로 범죄 규모를 치밀하게 축소했다.

민사경은 이들이 법정이자율을 초과해 받은 이자 69억원에 대해 기소 전 범죄수익금에 대한 추징보전을 신청해 지난 9월 말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졌다.

◆불법채권추심, 지난해 건수 이미 돌파 = 최근 은행권 등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이번 사례처럼 청년, 자영업자 등 서민들을 상대로 한 불법사금융 피해가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불법사금융 행위로 검거된 건수는 총 1018건으로 1년 평균 단속 건수에 육박한다. 연도별로 2021년 1017건, 2022년 1179건으로 증가 추세다. 혐의별로는 불법대부업이 52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불법채권추심 310건, 이자제한 183건 순이었다. 불법채권추심의 경우엔 전년(305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또한 같은 기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관련 신고·상담은 4만7187건으로 전년에 비해 1733건(3.8%) 증가했다. 특히 불법 대부·유사수신 등 피해 신고·상담 건은 같은 기간 1만62건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3.6% 급증했다.

불법사금융 업체란 금융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지 않고 '미등록 영업'을 하는 대부업체를 말한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지만 이들은 수백%부터 수천%의 금리를 매긴다. 폭행이나 협박, 심야 방문·전화 등 불법 추심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최대 1만3000% 초고금리도 = 성 착취를 동반한 신·변종 불법사금융도 증가 추세다. 돈이 급한 사람에게 인증 절차를 빌미로 사진과 지인들의 연락처를 받아내고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해 지인들에게 뿌리겠다고 협박한다. 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나체 사진을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9월 초고금리를 내걸고 나체 사진을 받아내 유포·협박해온 불법 대부업 일당 11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소액대출 홍보 사이트에 광고를 낸 뒤 접근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주민등록등본, 지인 연락처, 나체 사진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제때 변제하지 못한 피해자들을 협박해 약 2억3000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받는 등 초고금리를 요구했다. 또 제때 갚지 못하면 시간당 5만원을 요구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이자를 계속 요구해 연평균 이자율이 3000%, 최대는 1만3000%까지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의 90% 이상이 20∼30대 청년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불법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저신용·저소득 상태였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도 있었다.

또한 10대와 20대 등 소액 급전이 필요한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대리입금과 내구제대출(휴대폰깡)도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또 온라인 대부 광고 사이트를 통한 불법사금융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 불법 사금융과 전쟁 선포 = 사정이 이렇자 정부도 지난 14일 '불법사금융 척결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단속 효율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불법 사금융 특별 근절 기간'을 운영하고 불법사금융 신고·단속부터 처벌, 범죄 이익 환수에 있어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불법 채권 추심과 관련, 채권추심법을 엄격히 적용해 확인된 위법 행위에 대해 빠짐없이 기소하기로 했다. 특히 불법 채권 추심에 대해 접근금지 등 '스토킹 처벌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불법사금융 범죄 수익에 대한 추적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청 주도로 올해 초부터 실시하고 있는 '불법사금융 특별단속 기간'도 연장했다.

앞서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사금융에 대해 악랄한 민생 약탈 범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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