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개 업체 51.9%p 상승

현대상선·CJ푸드빌 '자본잠식'

'무늬만 영구채'라는 비판을 받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부채 성격이 더 강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발행한 영구채의 경우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제안한 분류 원칙에 따르면 부채로 분류될 가능성이 더 크다.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영구채의 조기상환이 줄줄이 이어지자 사실상 만기 3~5년짜리 채권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B업계와 회계업계, 신용평가사들은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계정 재분류에 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부채와 자본 분류 원칙 개선을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자기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될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국내 기업은 모두 73개사로 총액이 29조5338억원에 이른다. 현재 자기자본으로 분류되어 있는 신종자본증권이 부채로 재분류될 경우 부채비율은 평균 51.9%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기업의 경우 평균 15.6%p 상승하고 은행 107.60%p 은행지주 8.1%p 보험 187%p 여신전문회사 등 기타 금융 156%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기업의 경우 현대상선과 CJ푸드빌은 부채로 계정이 재분류되면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 SK해운은 8297.4%p 상승, 2조3328억원의 영구채 잔액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은 부채비율이 557.5%p 상승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8837억원을 발행 부채비율이 230.0%p 상승한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된 영구채의 경우 대부분은 발행 후 일정 시점에서 발행자나 투자자가 콜·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둘 중 하나의 옵션이 행사된다면 신종자본증권은 확정된 원금과 누적이자를 지급하고 청산된다. 결과적으로 부채와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리인상이 예고되면서 영구채의 조기상환 행렬이 이어졌다. 조달비용이 비싼 영구채는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자본 감소에 따른 자본건전성 하락폭은 일반 기업의 자금 운영에 더 치명적"이라며 "특히 금리인상 시기에 높아진 조달금리로 인해 영구채를 조기상환해야 하는 기업들의 경우 부채비율은 더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영구채, 금리인상에 조기상환 증가세" 로 이어짐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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