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한목소리 … UN 등 국제사회에서도 꾸준히 권고

청소년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17대 국회 때부터 추진됐지만 늘 무산되던 과거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의 기본 취지는 장애 등 사회적으로 차별을 막는 개별법들이 있지만 보다 포괄적인 평등개념을 담은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이렇다할 진척이 없자 청소년들도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6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제11차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목요행동-지금당장’에 참석한 청년진보당, 진보당 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이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장면. 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22일 '차별금지법 제정촉구를 위한 목요행동-지금 당장'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청소년에게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N가지 이유'를 주제로 청소년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교육부가 차별금지법에서 학력을 빼자는 입장을 낸 것에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교육부는 논란이 일자 차별금지법에 차별 금지 사유로 학력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청소년인권행동 아나수로에서 활동 중인 민서연 학생은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학교에서는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기가 힘들다"라며 "사실 지금도 제가 발언하는 모습을 보고 언제 어떻게 처벌할지도 몰라서 조금 두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차별적 교육이 없는 학교를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학교에서의 차별은 굉장히 일상적이라 사소한 차별은 큰 차별에 무뎌져 차별이라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 활동가인 양지혜 씨(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는 "학교에 만연한 차별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고치는 노력을 소수자들의 몫으로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며 "스쿨미투의 해결책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별 등에 따라 교육내용과 교과과정 편성을 다르게 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차별금지법은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교육을 제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서 청소년활동가(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는 "최근 교육부가 차별금지법에서 학력을 빼야 한다는 검토의견을 낸 사실만 봐도 현 교육체제가 능력주의와 차별을 가르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학력은 배움의 이력일 뿐 사람의 가치나 신분을 나누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담회에는 교사도 참여했다. 19년차 영어교사인 고영주 씨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교직사회에 만연한 차별 무감성을 줄이고, 반차별 중심의 인권친화적 교육이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자유를 누려보지 못하면 자유가 어떤 상태인지 구체적인 감각을 형성하기 어렵듯 평등을 누려보지 못하면 평등이 어떤 상태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불평등할수록 평등의 감각을 학교에서 느껴야 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현실이 불평등하다는 구실로 교육이 차별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요구는 국제사회에서도 꾸준히 있어왔다. 2012년 UN 인권이사회의 10개 국가는 우리나라에 대한 제2차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심의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2017년에는 제3차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 심의에서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등을 포함한 24개국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또다시 제안했다.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 UN 아동권리위원회, UN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 등 인권관련 UN기구들도 지속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