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30%만 현금으로 돌려받아

유명 골프장인 레이크힐스의 회원권 사기분양 사건 형사재판에 증인만 200명 넘게 소환될 전망이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모씨 부자와 레이크힐스리조트 법인의 공판에서 향후 200명이 넘는 증인을 심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씨 등의 재판은 모두 5개 사건이 병합됐는데 이날 진행된 주된 사건에만 피해자 증인이 202명에 달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증인은 4명인 점을 고려하면 50회 이상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을 우선 증인으로 심문하는 것보다는 피해자들에게 회원권을 분양·판매한 거래소와 회사 영업담당 직원들을 우선 소환해야 사건의 개요를 파악할 수 있다며 검찰측에 증인 소환 일정을 다시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윤씨 부자측은 범죄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관련 법 취지를 오인한 것이고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다. 피해자들의 고소장 등에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 부자와 레이크힐스리조트는 회원제골프장 회원에 준하는 대우를 제공하겠다며 리조트회원권을 분양해 왔다. 골프장 회원권으로 인식한 회원들은 리조트회원권으로 골프장을 이용해 왔지만 골프장이 부도처리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2017년 말을 기준으로 회원 3400명의 보증금은 2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

결국 골프장은 제3자에게 인수됐고 법원으로부터 회생인가를 받았다. 회원보증금도 회생채권으로 처리되는데 보증기간이 만료된 경우 회원권 금액의 30%는 현금, 40%는 골프장 운영회사의 주식, 나머지 30%는 레이크힐스를 인수한 업체의 골프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받게 됐다. 하지만 보증기간이 남은 회원들은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상태다.

골프·리조트업계에서 변칙적으로 활용되는 이러한 회원모집은 관광진흥법상 금지된 행위다. 회원(소비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리조트 회원의 경우 골프장 운영주체가 변경되면 골프장 이용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골프장 운영자에게도 입회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장보다 자산 규모가 작은 리조트가 입회보증금을 담보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리조트회원권은 골프장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4명의 피해자는 모두 중소기업 대표들이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골프장회원권으로 1억원 이상을 지불하고 계약했는데, 실제는 리조트회원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둘 사이의 차이를 몰랐던 피해자들은 회사와 거래소 관계자의 설명을 그대로 믿었다가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제조업을 한다는 A씨는 "골프장측이 연대보증을 해준다고 해서 믿었다"면서 "실질적으로 리조트회원권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처음부터 가입 안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원가입 초기에는 골프장 이용(부킹)이 가능했는데, 2017년 되면서 거의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회원권 종류에 따라 월 4~6회의 골프장 이용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적으로 연간 10차례도 이용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레이크힐스는 컴퓨터로 부킹 신청을 받았는데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접속하면 이미 모든 일정이 꽉 차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적정 수준 이상의 회원을 무리하게 받으면서 부킹 신청의 병목현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측 변호인은 "특정 회원은 2015년에서 2019년까지 127차례 용인레이크힐스에서 골프를 했다"며 증인들을 다그쳤다. 피해자들이 실제로 부킹을 신청하지 않고선 피해를 과대 포장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공교롭게 이날 4번째 증인이 127차례 골프장을 이용한 피해자였다. 그는 "너무 부킹 신청이 힘들어 회사 직원들을 시켜 부킹을 했다"고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골프장 이용 신청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한 제조업체 대표이사 B씨는 "개인적으로 보면 오래된 일이라 돈을 돌려받지 않아도 되는데 피해자가 많아 (윤씨 부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제조업은 중대재해와 산업안전, 위험물 관리 하나만 걸리면 감옥에 가는 잠재적 전과자인데,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이 남의 돈으로 이러면 안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