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맞춤형 정책 짜내려 안간힘

현금성대책 비판엔 "그만큼 절박"

"저출생 대응은 현장을 잘 아는 지방에서 기획부터 집행까지 주도해야 합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25일 열린 경북도 저출생극복TF 현판식에서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신년업무보고에서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 지사는 "그간 저출생 정책이 실패한 것은 현장을 잘 모르는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적 노력이 국민에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경북에서 저출생 극복 모델을 만들어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저출생 대응 정책을 내놓고 있다. 소멸 위기에 맞닥뜨린 지자체들의 절박함이 묻어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그동안 수십, 수백조원을 쏟아 붓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중앙정부 주도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맞춤형 정책들을 짜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자체들의 고민은 무엇보다 주거와 양육에 대한 파격지원에 쏠려있다. 과밀과 지나친 경쟁을 낮은 출생률의 원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경북도는 신혼부부에게 주택을 임대하고 아이를 출산하면 임차료를 환급해주는 '아이돌봄타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동육아나눔센터를 설치해 신혼부부의 돌봄 고민을 해소하고 결혼을 하면 3억원을 빌려준 뒤 아이를 낳으면 대출금을 지자체가 갚아줄 계획이다.

충북도는 유휴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청년 부부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 출산·양육 지원을 위한 무이자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전남도는 도내 16개 군에 최소 50가구 이상씩 약 1000가구의 임대아파트를 신축해 단돈 1만원의 임대료로 청년·신혼부부에게 제공하는 '전남형 1만원 주택'을 추진 중이다. 더 나아가 인구 청년 이민 등을 전담할 인구청년이민국을 신설했고, 셋째 아이 출산 가정에 1억원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야간이나 주말 보육을 위해 마련한 경남도의 '365 열린 어린이집'도 눈에 띈다. 시간당 1000원의 보육료만 내면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집인데, 현재 13곳을 운영 중이다. 경남도는 올해 이런 어린이집 4곳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2026년 합계출산율 1.0명 회복'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 25일 김기영 행정부지사 주재로 개최한 청년 공무원 간담회 주제도 저출산 극복 정책이었다. 김기영 부지사는 "무엇보다 출산·육아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사회 전반에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문화를 조성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자체들의 고민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인천시가 내놓은 '1억 플러스 아이드림' 정책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당시 '인천에서 아이 낳으면 1억원을 지원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유 시장은 '출생 체감지수'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수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책들이 출생 체감지수로 연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지자체들의 지원책은 더 파격적이고, 더 절박하다. 경남 거창군은 출생아 1인당 1억1000만원 지원이라는 파격 대책을 내놨다. 출산축하금 2000만원을 시작으로 양육지원금 30만원씩 60개월 지원, 청소년 꿈키움바우처 제공, 대학생 등록금 및 결혼축하금 지급 등 계속해서 현금성 지원을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충북 제천시는 둘째 아이를 낳으면 600만원, 셋째 이상을 낳으면 3000만원을 준다. 충북도가 주는 출산 장려금 1000만원을 더하면 제천에서 셋째를 낳으면 4000만원을 받는다. 심지어 주택자금을 대출받는 가정에도 지원금을 준다. 둘째가 있으면 800만원, 셋째 이상은 3800만원을 현금으로 준다. 전남 강진군은 아이 1명당 7세까지 최대 5040만원을 지원한다. 최근 세 쌍둥이를 낳아 7년간 1억5120만원을 받는 가정도 나왔다. 경남 진주시는 전국 최초로 '난임부부 격려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난임 시술 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매회 20만원씩 격려금을 주는 제도다. 강원 강릉시는 지역에 6개월 이상 계속 거주 중인 산모에게 산후조리 비용 50만원을 준다.

이 같은 파격적인 재정지원은 지역이 피부로 느끼는 인구감소 속도와 위기감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한 소멸위기 지자체 관계자는 "현금성 지원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마저도 해보지 않고 앉아서 소멸을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같은 현금성 지원으로 보이지만 지자체 정책들은 지역에 정착하려는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이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지원들이 많다"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절망적"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국진 최세호 윤여운 곽재우 곽태영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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