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률 수면위로 … 나토 수장 “미 계속 확고한 동맹이길”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5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나토가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성공적인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가) 31개 민주주의 국가로 구성돼 있고, 창설 이래 언제나 견해차는 있었다”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미국이 확고한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제기된 비판은 주로 나토 자체가 아니라 충분한 기여를 하지 않는 일부 회원국에 대한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캐나다와 유럽 전역의 방위비 지출이 증가하며 상황이 정말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러시아 침공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약 750억 달러를, 나머지 회원국 및 파트너국은 1000억 달러 이상을 제공했다”며 “진정한 대서양 횡단 비용분담(burden sharing)의 예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유럽 회원국들의 나토 기여도가 낮다는 최근 트럼프 발언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앞서 방위비 목표를 이행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집단방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트럼프 측 주장에 대해서도 “집단방위 조약은 당연히 모든 동맹국에 적용된다”고 일축했다. 나토 5조는 설립의 근간이자 집단방위체제를 상징하는 조약으로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해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제기한 ‘비용 분담(burden sharing) 불균형’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나토 자료에 따르면 2023년(추정치) 나토 31개국의 방위비는 총 1조2600억 달러로, 이 가운데 미국은 68%에 해당하는 860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에 반해 유럽 회원국 및 캐나다는 모두 합쳐 미국의 절반 수준인 4041억 달러를 기여하는 데 그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따져 봐도 차이가 크다. 미국은 작년 GDP 대비 3.49%를 방위비로 지출해 나토가 2014년부터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GDP 2%’ 기준을 훌쩍 넘는다.
이에 비해 31개국 중 2%를 넘긴 회원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10개국에 불과했다. 나토는 올해는 2% 달성 회원국이 18개국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혀 회원국 절반 이상이 목표달성을 하는데 10년이나 걸린 셈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각국은 앞다퉈 자국의 ‘방위비 증액’을 부각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2024년 프랑스가 나토가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방위비 목표치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독일은 다른 17개국과 함께 올해 합의된 (GDP의) 2%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유럽에서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유럽 내에서 재래식 억지 및 방어의 중추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유럽 각국이 뒤늦게 군비증강에 나서긴 했으나 미국을 주축으로 한 나토 집단방위 체제 의존도가 여전히 절대적으로 크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수십년간 군사 중립 노선을 끝내 폐기하고 나토 가입을 신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유럽 입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기댈 곳이 사라질 것이란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소위 ‘전략적 자율성’이 다시 힘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당장 여력이 안 되는 데다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유럽이 자력 방어에 필요한 만큼 탄약고를 채우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도 나왔다.
나토 역시 유럽의 독단적 움직임이 안보를 더 취약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유럽 동맹들이 방위비 투자를 늘리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는 나토의 대안이 아니다”라며 “나토 방위비의 80%는 비유럽 회원국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은 스스로 유럽을 방어할 수 없다”고 직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