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축 저작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다. 건축 분야에서는 ‘건축물,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 저작물’이 이에 해당한다.

창작성은 완전한 독창성을 요구하지 않지만 타인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아야 한다. 창작성이 있다면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등과 마찬가지로 건축물도 저작물로 인정받는다.

건축분야 저작권 아직 명확한 기준 없어

건축 분야에서 최근 발생한 저작권 관련 소송 사례 중 가장 많은 것은 조형적 유사성에 관한 문제다. 다른 예술 분야는 저작권 보호에 대한 많은 경험과 논쟁을 통해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정립해왔으나 건축 분야는 이제야 저작권 보호에 관한 관심과 논쟁이 시작되어 아직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얼마 전 법원 1심 판결에서 철거 처분을 받은 부산 기장의 ‘웨이브-온 카페’ 사건은 건축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사건은 부산 기장에서 유명한 카페를 운영하던 사업주와 이를 설계한 건축가가 이와 유사한 조형의 건물을 울산에서 건축해 카페를 운영하던 사업주와 건축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1심 법원은 건축 저작물의 창작성과 건물 고유의 창작적 요소에서 전체적으로 유사함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벌금 부과와 해당 건축물의 철거를 명령했다. 울산 카페 측은 웨이브-온 카페 건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만 분리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부분만 따로 떼어 폐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건축물은 막대한 경제적 투자가 들어가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기에 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본 사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며 하급심 판결에 불과하지만 “저작권법을 침해한 경우에는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 건물이라도 표절 사실이 드러나면 철거까지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건축 저작권에 관한 논쟁과 관심은 건축을 단순히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문화·예술적 측면에서 창작성과 예술성을 보호하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능과 산업 아닌 창작물 관점으로 전환

정부는 건축 저작물의 보호를 강화하고, ‘건축이 저작물 자체’라는 인식을 제고해 계약 단계부터 불공정 관행이 발생할 수 없도록 ‘건축 저작물 보호 강화’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

다행히도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해당 분야의 중추 기관인 한국저작권위원회, 그리고 한국건축가협회를 중심으로 건축계 유관단체 및 건축가들과 협력해 창작자인 건축가의 저작권 보호와 이를 통한 건축문화의 진흥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 발생할 건축 저작권 관련 분쟁을 전문적이고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져 건축계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건축문화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창조성, 건축물의 품격, 주변과의 조화, 환경 및 유산의 존중을 통해 공익을 대변해 그 수혜를 국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따라서 건축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봐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우리나라 건축문화는 건축예술의 질적 성장을 통해 국가 문화예술정책의 중요한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유재득

한국건축가협회 연구부회장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