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인수후 투자회수 몰두” 지적 … 고용창출 약속 저버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국내에서 경쟁력있는 회사를 인수한 후 핵심자산을 매각하거나 투자금 회수에 몰두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안은 10월초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국정감사 기관 및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했다.

이중 김병주 MBK파트너스 대표,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증인으로 이름을 올혔다.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박성민 의원(국민의힘·울산 중구) 측은 ‘고려아연 합병과 적대적 인수합병(M&A) 여부’를 따져물을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소재한 울산 지역사회와 정치권은 MBK측의 공개매수를 적대적 M&A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대해왔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세계 1위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지역사회 고용과 신사업 투자 역시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남원시장수군임실군순창군)도 이번 국감에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향해 MBK의 국민연금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 선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MBK 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진을 압박하는데 대해 “약탈적 M&A 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은 최근 올해 들어 카드론 규모를 크게 확대한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 카드사 3곳에게 9월말까지 리스크 관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7월말 기준 롯데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조295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1.3%(9157억원) 급증했다.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조달 수단으로 중·저신용자들의 이용비중이 커 잔액이 증가할수록 연체율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업계에서는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가 부진한 실적을 만회한후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외형을 키우려는 목적에서 카드론 규모를 확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bhc도 자영업자들을 뒤로 하고 본사 배불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bhc는 지난해 교촌치킨을 제치고 업계 1위를 탈환했지만 브라질산 닭고기 사용, 과도한 배당, 가맹점 상대 갑질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4월에는 bhc가 가맹점주에 서명 요구한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갑질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협약서에는 가맹점주가 모바일쿠폰 수수료를 100% 부담해야 하고,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의무적으로 매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겼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MBK의 거래상 지위 남용 및 bhc치킨 가맹점주 영업시간 강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bhc치킨의 높은 영업이익률과 관련해서도 가맹점 부당 거래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bhc치킨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22.5%를 기록했는데 치킨업계 ‘BIG3’인 교촌(5.6%), BBQ(13.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배당 잔치도 논란거리다. bhc는 MBK파트너스가 투자에 참여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5000억원가량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같은 기간 bhc의 영업이익(5840억원)의 80.4%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3년말에는 85개 제품 가격을 500~3000원 인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치킨가격 인상으로 인해 매출 부담을 안아야 하는 가맹점에게 이중 부담을 주면서 본사 이익만 챙기려는 의심스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MBK는 기업 인수합병시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과거 적대적M&A 등을 통해 인수한 기업에서 사업축소와 자산매각, 사업분할매각 통해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은 인수 6개월만에 임원 32명 중 18명이 회사를 떠나고 일반직원의 30%에 달하는 270명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홈플러스는 MBK가 인수 후 직원 5000여명 줄었고, 간접고용 직원 역시 5000명 줄어 8년 만에 약 1만명의 직원이 홈플러스를 떠난것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지금까지 사측의 결정으로 안산선부점과 동청주점을 포함해 모두 11개 점포가 폐점이나 매각을 앞두고 있으며 2027~2028년에는 각각 8개 점포의 임대 계약기간이 종료된다”며 “홈플러스가 덩치를 줄이기 위해 폐점을 이어간다면 대량 실업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원들은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 310여개를 지난달 매물로 내놓은 데 이어 대형마트 매장의 경우 임대 점포는 차례로 문닫고, 건물있는 점포는 분할 매각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MBK 김광일 부회장은 19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추진 기자간담회에서 “10년을 보고 있다. 어떤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며 고용창출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려아연을) 중국 업체에 매각할 수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카드론 확대와 관련해 MBK측은 “카드론은 모든 신용카드사들이 확대하는 추세”라며 “서민들이 돈 빌릴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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