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범국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한국인은 밥 심으로 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쌀 소비량이 해마다 줄다 보니 급기야 이런 프로젝트까지 등장한 것이다. 그만큼 쌀이 남아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예전에는 쌀이 정말 귀했다.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혼식을 하지만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만 해도 혼식은 강력한 정부시책이었다. 학교에선 쌀밥 도시락을 단속했고, 음식점에선 '분식의 날'이 따로 지정될 정도였다.

그렇게 쌀이 귀하던 시절, 쌀은 저축수단이었다. 당시 어머니들은 밥을 할 때마다 한 숟가락씩 쌀을 덜어내 작은 항아리에 모아 두었다. 조금 배고프게 먹고 쌀을 저축한 것이다. 그래서 '절미(節米)저축'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쌀은 흉년에 대비하거나 시장에 내다팔아 유용한 살림밑천으로 썼다. 60~70년대에는 전국적인 절미저축운동이 펼쳐졌고 또 그렇게 모은 쌀로 만든 절미저축통장도 있었다. 그래서 절미저축은 아무리 힘들어도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절약정신의 상징이었다. 오늘날 한강의 기적을 이루게 한 원동력도 결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높은 저축률이었다.

가계저축률 추락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는 절약정신이 실종된 듯 하다. 가계저축률이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2012년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3.4%에 불과하다. 심지어 저축 안 하기로 유명한 소비왕국 미국(4.2%)에도 못 미친다. IMF외환위기 때인 1998년(23.3%)과 비교하면 약 20%포인트나 급감했다. OECD국가 중 최대의 하락 폭이다. 한 때 저축률만큼은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대한민국은 이제 저축을 안 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되어버렸다.

소득정체와 부채증가로 팍팍해진 살림 탓이다. 가계가 저축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예전의 절미저축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미래를 위한 저축만큼은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물론 팍팍한 살림에서 저축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 뭉칫돈을 저축하기란 더더욱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한 숟가락씩 쌀을 모으던 절미저축처럼 푼돈을 모으는 일이다. 모든 생명이 조그마한 '종자'에서 시작하듯 목돈도 작은 '푼돈'에서 출발한다. 주머니 속 푼돈도 잘만 모으면 든든한 목돈이 될 수 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푼돈 모으기에 아주 효과가 좋다. 푼돈도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더욱 스마트하게 모을 수 있다. 'KB Smart★폰 적금'이 바로 그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커피값·택시비 등 습관적으로 지출하는 푼돈에 해당되는 아이콘들을 누르면 바로 그 돈이 통장에 저축되는 방식이다.

푼돈부터 모아야

푼돈을 모으기 힘든 이유는 쌓이는 모습을 실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푼 두 푼 아껴봐야 당장 티가 나지 않으니 소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스마트폰 적금을 활용하면 아끼는 순간 바로 저축이 되니 실시간으로 푼돈을 모으는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다.

IBK기업은행의 'IBK알뜰살뜰자유적금'도 아무 생각 없이 새나가는 푼돈을 쌈짓돈으로 만들기에 그만이다.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돈을 자동으로 적립시켜 준다. 예를 들어 1000원 잔돈을 설정하고 체크카드로 4300원을 결제하면 1000원 미만의 잔돈인 700원이 자동으로 적립되는 식이다. 결제 건수당 일정한 금액을 적립할 수도 있다.

가계부채 1000조 시대, 이제는 빚 덩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씀씀이를 키우는 대신 한동안 잊고 살았던 저축이라는 오랜 친구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 '절미하는 웃음가족, 늘어나는 우리살림', 예전 절미저축통장에 새겨진 표어다.

지금 아껴 모으는 푼돈이 미래를 위한 종자돈이 되고 나와 가족의 행복을 일구는 텃밭이 되어 줄 것이다. 추억의 절미저축이 부채과잉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전해주는 교훈, 바로 푼돈의 소중함이다.

박철 국민은행 인재개발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