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비교과에 대한 폭발적 관심으로 영재고나 특목고뿐만 아니라 일반고에서도 이제 고등학생이 소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흔해졌다. 전공적합성과 심화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매력 때문에 학교에서도 소논문 대회를 열어 논문작성을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시작하는가?’에 있다. 
어렵게만 생각되는 소논문 작성. 학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 아이도 쓸 수 있을까? 혼자 힘으로 시작해서 교내 소논문 대상까지 받은 사례와 학교 교사만의 도움으로 R&E부터, 실험, 논문작성, 프레젠테이션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소논문 작성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논문 작성과정을 알아보자.

평소에 관심 갖고 있는 쉬운 소재 선택 중요
김영수(대일외고, 고3) 학생은 주제 탐색부터 자료조사, 논문작성까지 혼자 힘으로 소논문을 작성해 교내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탐구보고서 대회 공고를 보고 주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평소 언어학에 관심이 많아 언어학 독서토론회에 가입했고 여기서 논문의 소재를 자연스럽게 생각해냈다.
평소 영어에는 왜 존경의 표현이 없거나 약한지를 궁금하게 여겼기 때문에 ‘영어의 공손표현에 대한 탐구’를 소재로 삼았다. 먼저 학교에 탐구보고서에 대한 개요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탐구보고서의 대부분은 탐구의 목적과 소논문의 내용을 간략하게 미리 써내는 형식이다. 

자료 조사 A to Z
이제 본격적으로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고 평소 공부했던 문법책에서부터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중·고등학생이 흔히 학원교재로 서점에서 구입하는 능률출판사의 ‘그래머존 기본편’으로 존경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엔 인터넷으로 검색을 시작해 유용한 자료들을 모았다. 자료를 읽는 과정 중에 논문의 방향이 점점 구체화되었다. 심화된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을 즈음 국회도서관에서 논문들을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생의 경우, 국회도서관에 출입하려면 국회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학교장추천서 양식을 출력하여 학교장 직인을 받으면 출입이 가능하다. 국회도서관에서 찾지 못한 논문은 국회도서관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논문을 검색해 필요한 부분을 인쇄할 수 있었다. 특정 통계자료가 필요할 때도 역시 국회도서관 웹 사이트를 이용했다. 

글쓰기 시작과 자료의 시각화
가장 먼저 공손어를 왜 쓰는가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에 대해 요약했다. 그 다음에는 공손어의 종류들을 소개하고 공손어의 전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래프와 예물들을 사용했다. 중학생을 상대로 설문지를 작성해 중학생들이 영어의 공손표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서 역시 통계로 만들었다.
글을 쓸 때는 몰입을 위해 격일로 배분하여 하루는 학과 공부, 그 다음날은 통째로 소논문 작성을 했다. 이런 식으로 약 3주 정도 소요해서 18페이지 분량을 완성했다. 논문작성법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목차 쓰는 법, 참고 문헌 작성하는 법 등은 자료조사 과정 중 여러 논문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이과 공동 논문 작성기
재현고등학교 2학년 박찬웅 학생은 작년 4월 심화반에서 과학교사 장석만 교사와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나 화학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지도교사가 추천해준 책 5권을 읽으면서 관심분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접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각자 관심분야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를 했다. 여름방학이 되자 본격적인 논문작성을 위한 토론을 시작했다. 토론을 통해 실생활에서 약용효과로 많이 쓰이는 프로폴리스의 작용에 대해 관심을 갖고 프로폴리스의 향균 작용을 검증해보기로 주제를 정했다.
일단 주제가 정해지자 관련 논문들을 국회도서관과 RISS4U 사이트를 통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노원정보도서관에서도 충분히 많은 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논문을 읽고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심화학습 시간에 과학 선생님께 찾아가 하나씩 질문을 해 해결했다.
세균을 직접 구입하고 배양한 다음 프로폴리스를 떨어트려 세균의 증식과정을 관찰하는 실험을 계획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실험을 위한 실험 도구와 실험 장소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실험에 필요한 항온수조를 구입하기 어려워하던 중 서울대학교 과학전시관을 온라인으로 사용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실험실 문제를 해결하고 논문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올해는 작년의 연구를 심화해서 프로폴리스의 강한 향으로 인한 불편함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해서 논문을 작성할 계획이다.  

소논문 작성을 위한 팁
사실 교과를 챙겨야만 하는 중압감 속에서 소논문을 작성하기란 쉬운 선택이 아니다. 같은 시간을 학원에서 내신 대비하는 친구를 보면서 논문 연구에 매달리기란 더욱 그러하다. 혼자 시작하는 것이 두렵다면 동아리에서 소그룹을 만들어 공동 논문을 기획해서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율동아리 활동, 독서활동은 소논문과 직접 연관되는 비교과 활동이다. 1학년 때 한번 작성해보면 주제를 심화시켜 2학년 때 작성하기는 더 수월해진다.   
전공적합성과 전공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기에 소논문만큼 효과적이고 중요한 활동은 없다. 전공을 미리 탐색해보고 본인의 전공적합성을 가늠해보는 역할도 한다. 잘하면 교내경시 수상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기자 전형에서는 탐구보고서를 요약본으로 제출할 수도 있다. 막상 쓰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을 통해 미리 작성해둔다면 학기 중 훨씬 수월하게 논문을 마무리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부터 지역 도서관에 정기적으로 들러 서가에서 자료를 직접 찾아보거나 정기간행물을 자주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면 논문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논문 (명사) paper, thesis. 학술적 연구 결과나 연구 업적을 체계적으로 엮어 적은 글
 

Tip>
학생인터뷰/김영수(대일외고3)
원래 영어를 배우는 목적은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것일 텐데 오늘날 우리가 그 초기의 목표를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일본어를 익히는 중에는 일본어 학습자들에게 혼동을 줘 방해요소가 될 만한 문제점도 발견했다.
연구동기와 주제와 관련된 선행연구 고찰과정이 서론에 들어가고 앞으로 내가 이러이러한 연구 자료들을 바탕으로 논문을 쓸 것임을 나타냈다. 본론을 내 연구에 앞으로 기반이 될 이론을 정리하는 부분과 그것을 통해 연구, 분석하는 부분으로 크게 둘로 나누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영어과 부장선생님이셔서 후배들에게 설문지를 받는데 도움을 주셨다. 물론 논문작성이 교과공부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공하고자 하는 학문에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갖게 해주었다.  하루에 몇 시간씩이 아니라 하루씩 통째로 몰입해서 썼다. 하루 다른 공부, 하루 소논문 이렇게 격일로 하여 3주 정도 소요되었다.

교사인터뷰/김재삼(재현고 2학년부 부장교사)
소논문을 통한 가장 큰 성과는 학술, 동아리, 심화학습, 독서를 한 번에 해결함으로써 시간을 최대한 집약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 길을 잃고 헤매도록 지켜봄으로써 학생들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방법을 찾아 나가도록 한다.
연구과정을 교사가 지켜보고 학생들은 질문이 생기면 교사를 찾아온다. 스펙 때문에 논문을 쓰기도 하지만 일련의 연구과정과 논문작성을 통해 일반고도 과고나 영재고 못지않은 수준 높은 수업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작년에 실험 장비 때문에 고생한 학생들을 위해 올해는 실험 장비도 구입해서 실험 조건을 갖추어 주었다. 올해는 논문심사뿐 아니라 논문을 직접 발표하는 장을 만들어 논문을 쓰지 않은 다른 학생들과 연구결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논문을 혼자 시작한다는 것은 사교육의 유혹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연구를 뒷받침해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라 생각한다.  

 

 

 

 

 

 

 


 

장성희 리포터 rita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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