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여명 3억4천만원 모금

남산 통감관저터에 조성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야밤에 이완용과 데라우찌 통감이 한일강제합병조약을 체결한 서울 남산 통감관저터에 기억의 터를 조성하게 됐습니다."

강병인 캘리그라피 작가·서예가 등 추진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29일 서울 남산 통감관저터에서 개최된 위안부 추모공원 '기억의 터' 기공식에서 최영희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조성추진위원회(추진위) 대표가 한 말이다. 이날 기공식에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를 포함해 박원순 서울시장, 윤정옥 초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 임옥상 화백 및 기억의터 추진위원들이 함께 했다.

기억의 터 조성은 일본군 위안부가 세계적 인권 문제로 부각됐음에도 추모공원 하나 없다는 비판에 대한 반성과 할머니들을 기억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남은 분은 이제 41명에 불과하다.

기억의 터는 임 화백이 디자인 등 조성 책임을 맡았다. 1200m²(343평)규모로 오는 8월 15일을 목표로 착공된다. 크게 '세상의 배꼽'과 '대지의 눈'으로 구성된다. 세상의 배꼽은 '모성으로 세상을 보듬는다'는 의미로 둥근 돌에 윤석남 화가의 그림과 시를 새긴다.

대지의 눈은 진실을 바라보는 눈을 형상화했다. 벽에 238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의 성함과 시대별 증언, 피해자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끌려감'을 새긴다.

이날 임 화백은 "세상의 배꼽은 자궁, 혹은 오름과 같은 형상으로 오름을 올랐을 때의 평온과 행복을 담았으며 생명과 생명의 연결을 뜻한다"면서 "전국에서 모을 자연석은 할머니들을 상징하는데 세상의 평화를 갈구하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소녀상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듯이, 이 기억의 터는 반인륜적 범죄의 피해자였지만 평화·인권운동가로 활약하신 할머니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도록 하는 배움의 장이자 사색의 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억의 터는 각계각층에서 모금에 적극적으로 참여, 조성됐다. 추진위는 28일 기준 1만9600여명이 모금에 참여했으며 3억4712만원 이상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김복동 할머니는 "우리를 위해 힘을 써 주니 감사하다"면서 "힘을 모아 하루 빨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일본과 싸우는 것은 돈이 탐이 나서가 아니라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일본군 노예로 수년을 끌려다닌 것이 억울해서다"라면서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고 명예 회복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윤 초대 정신대 대표는 "기억의 터가 생긴 것에 감사한다"면서 "국민들이 오래오래 이 곳에 와서 위안부 역사를,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공식은 강병인 캘리그라피 작가·서예가의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그는 대형 화선지에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라고 붓글씨를 써 내려갔다. 김복동 할머니도 '일본군'이라는 글자에 붓으로 'X'를 그리며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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