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유스스퀘어' 소외청소년 복합문화공간

'발달장애 고교생' '학교밖 아이들' 체계적 지원

"한학기밖에 다니지 않았는데 아이가 굉장히 밝아졌어요. 전에는 학교 안가겠다고 울면서 이유도 제대로 설명을 못했는데 지금은 교사나 다른 학부모들에 인사도 잘하고 자기 의사를 정확히 표현해요."

여느 발달장애 아이들보다 언어며 표현력이 더디다 생각했던 문휘(영등포여고 2학년)를 볼 때마다 다른 학부모들은 "이렇게 말을 잘하는 줄 몰랐다"고 한다. 어머니 김이란(48)씨는 그때마다 "복받았다"고 되뇐다.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올해 '꿈더하기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결합할 수 있어서다. 김씨는 "방과 후에는 같은 발달장애 청년과 부모가 운영하는 꿈더하기 베이커리에서 주문이나 카드 사용법 등을 익힌다"며 "3학년 과정까지 꿈더하기에서 마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가 옛 안기부 관련 시설을 소외 청소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유스스퀘어 내 음악미디어놀이터에서 조길형 구청장과 대림중 꿈더하기학교 학생들이 꿈더하기 교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 제공


군부독재시절 감금·고문이 자행되던 옛 안기부 관련 시설이 소외 청소년 문화공간이자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신길동 '유스 스퀘어'(Youth Square)는 학교·가정에서 소외된 아동·청소년에 놀이 문화 상담 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 치안본부 특수수사대 임의 구금시설이 2001년 영등포구로 소유권 등기이전이 됐고 지난 3월 청소년 문화시설로 다시 문을 열었다. 독재시절의 그림자가 미래세대 꿈을 키우는 전용 광장으로 거듭난 셈이다.

유스스퀘어에는 꿈더하기학교를 포함해 8개 청소년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꿈더하기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안학교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인가받은 위탁교육기관. 지난 4월 문을 연 이 학교는 국민공통교과와 체험학습 대안교과 등을 지도하며 재학생 성적과 출결사항 등을 직접 관리하는데 학생은 원래 소속된 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고교 1·2학년 7명이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구는 내년에는 3학년 과정을 추가, 꿈더하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자존감 회복과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훈련을 하는 동안 부모들은 오랜만에 자기만의 시간을 즐긴다. 조길형 구청장은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등교하면 화장실부터 들러야 하는데 이 과정이 순조롭지 않으면 그냥 집으로 돌아와야 해 동행한 부모들이 굴욕감을 호소하더라"며 "우울증에 가깝던 부모들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꿈더하기 지원센터는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발달장애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음악치료와 언어치료 독서지도 성교육 재활치료 등 연령대별 맞춤형 교육으로 사회성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돕는다.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은 꿈더하기 베이커리에서 직업훈련을 하고 보다 넓은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구는 공공영역에서 사회진출 발판을 마련하도록 매년 10명씩 채용, 환경정비나 사서도우미 급식보조 등 업무를 맡기고 있다.

유스스퀘어를 이용하는 또다른 축은 학교밖 아이들.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아예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에 주목한다. 학교밖 아이들 62명과 학교안팎을 넘나드는 청소년까지 120명을 돌본다. 검정고시를 원하면 학습비용과 함께 월 최대 50만원씩 1년간 생활비를 특별지원, 시간제 근무를 않고도 공부할 수 있게끔 하고 취업을 원하면 직업체험·인턴십을 연계한다. 건강검진이나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동아리활동도 지원한다. 전윤경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학교부적응이나 가정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1대 1 돌봄으로 접근한다"며 "학교·가정폭력 게임중독 등 위기상황에 놓인 아동 상담·치유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음악미디어놀이터는 청소년은 물론 상처받은 성인에게도 문을 연다. 전문 음향장비와 녹음시설을 구비,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지역 내 초·중·고교 교가를 요즘 아이들 취향에 맞게 바꿔 녹음하고 합창단 노래지도도 한다. 조길형 구청장은 "꿈더하기 학교 교가도 음악미디어놀이터에서 만들었다"며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친구들과 우의를 다지고 자녀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노래로 치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버려졌던 부지를 소외 아동청소년이 지역사회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개조했다"며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으로 시작했지만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시나 중앙정부에서 지원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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