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맥셰인 지음 / 황승구 옮김 글항아리 / 1만8000원

유대인은 오랜 세월 기독교 문화의 적대자로, 부유하고 악독한 투기꾼의 이미지로, 인종주의적 증오 대상으로, 부와 권력으로 세계 질서 전복을 꾀하는 민족으로 불리며 음모론의 대상됐다. 유대인들은 이로 인해 사회·문화적 핍박을 받아왔다.

유대인을 향한 편견과 증오 감정은 그 뿌리가 깊다. 그리고 인종주의 배척과 종교적 자유가 상식으로 여겨지는 21세기에도 이는 계속되고 있다. 민주제도인권사무소(ODIHR)는 증오 범죄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내고 있다. 2006년 ODIHR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반유대주의 공격이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반유대주의는 아랍인들과의 종교적 갈등 정도로 축소되어 왔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터무니없고 불쾌한 반유대주의 사례는 무슬림들이 없거나 미미하게 존재하는 나라들에서 발생했다.

보고서는 유대인을 향한 증오와 의심, 경멸과 폭력이 현대 유럽의 일부임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가장 강력하고 공식적이고 조직화된 반유대주의가 정치적으로 표출되는 곳은 민주주의 발상지로서 유럽의 이상을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곳인 유럽 의회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에서 반유대주의 성향을 보이는 정치인 수가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갖는 정치인들이 소극적으로든 적극적으로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며,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비단 유럽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1년 더반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유대인 증오를 희화화하는 포스터가 나붙기도 했다.

저자가 '신반유대주의'라 부르는 것은 나치 시대에 만연했던 반유대주의나 소련의 스탈린주의식 반유대주의와 다르다. 그러나 현대의 신반유대주의는 분명하게 수많은 사람에게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음모론적 모함을 덧씌우며, 살인을 정당화한다. 저자는 불관용과 혐오에 맞서고자 한다면 반유대주의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관용에 대한 강렬하고 진심 어린 호소인 동시에 자유주의적 가치와 세계 평화를 새롭게 위협하는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강력한 해결책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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