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에 쇳가루가 한웅큼" … 최근 5년간 189대 고장나자 감사원 시험요구

한국기계연구원 시험평가결과 "설계에 결함" … 제작사 "잘못된 시험" 반발

한국군의 주력전차인 K1전차와 K1A1전차 1400여대의 변속기 가운데 2005년 102대를 정비한데 이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모두 189대의 고장이 발생, 육군종합정비창으로 보내져 수리한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K1A1전차의 변속기 내구성 시험을 한국기계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4월까지 실시했으나, 시험결과를 놓고 한국기계연구원측과 변속기 제작업체인 현대다이모스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변속기 원인 진단이 난관에 봉착했다.

감사원은 K계열 전차 변속기 오일에서 쇳가루와 기어조각 등 이물질이 발생, 2005년에 변속기 102대를 정비한 사실을 적발하고 결함사항을 시정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변속기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당시 변속기 오일에서 쇳가루가 한웅큼이나 나오는 경우도 있어 한국군 주력전차의 커다란 문제로 떠올랐다"면서 "심지어 변속기 내부의 기어가 파손돼 쇳조각이 나오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결함사항에 대해 군과 업체는 2007년 12월까지 자석식 배유 플러그와 오일 배유구를 추가 장착해서 보완했다. 오일에 쇳가루가 축적되지 않도록 자석을 장착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쇳가루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결함을 해결했던 것이다.

2005년 이후에도 K계열 전차의 변속기 고장이 이어졌다. 2010년까지 5년간 189대에서 결함이 발생, 육군종합정비창으로 보내졌다. 변속기는 엔진과 함께 파워팩을 구성하는 핵심부품이어서 고장이 나면 전차의 기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사청이 국회 국방위 소속 민주당 안규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기계연구원은 감사원 자료를 근거로 K계열 전차가 주행거리 1000km 미만에서 15대, 1000~3000km에서 60대, 3000~5000km에서 56대, 5000~7000km에서 43대, 7000km 이상에서 15대가 고장난 것으로 분석했다.

감사원의 의뢰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올 4월까지 K1A1전차의 내구성시험을 실시한 한국기계연구원은 "조향 내구 기초시험중에 출력우측 베어링과 팬하우징이 파손됐다"면서 "이 고장은 변속기 자체의 설계결함에 의해 발생됐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시험결과에 대해 현대다이모스측은 "주행거리 계산이 잘못 됐고, 25년간 팬하우징 파손은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한국기계연구원이 내구시험을 전차 엔진과는 다른 모터로 시험을 하는 등 방법상의 문제가 있어 시험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한국기계연구원의 내구성 시험결과 보고서를 내주에 접수하겠다"면서 "양측이 추천하는 전문가 2명씩으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서 시험결과의 타당성을 오는 9월 이전까지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군 주력전차인 K계열 전차 가운데 K1전차는 1986년 이후 1000여대가 군부대에 배치됐으며, 개량형인 K1A1전차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400대 가까이 전력화됐다. K1A1전차는 지난해 말부터 전력화가 재개돼 올해까지 100대 가까이 배치되거나 생산될 예정이다.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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