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83% 재취업, 연봉도 2배

조세재정연구원 분석 … 평균 3번 이동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 10명 중 8명은 퇴직 후 1년 내에 재취업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라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모든 공공기관에 강제했으나 재취업에 성공한 경제부처 고위 공직자들은 평균 63세까지 노동시장에 남아 이전 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았다.


30일 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공무원의 퇴직과 재취업패턴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2005~2014년)간 2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96%가 정년보다 먼저 퇴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년 퇴직하는 비율은 3.3%로 같은 시기 일반직 공무원의 정년 퇴직률 21%보다 현저히 낮았다.

고위 공무원의 퇴직 사유는 본인 의사에 의해 그만두는 '의원면직'이 87%로 가장 많았다. 일반직 공무원 가운데 의원면직으로 그만두는 비중이 19% 수준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도별로 보면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경기가 나쁠 때에는 의원면직자 수가 줄었으나 의원면직을 신청한 고위 공직자의 숫자는 경기와 변동 없이 비교적 일정했다.

정년보다 먼저 퇴직한 고위 공무원들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 678명의 퇴직 후 경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3.6세로 법정 퇴직연령인 60세보다 6년 정도 빨랐다. 하지만 이중 83%는 다른 곳에 재취업했고,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0.7년이었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면 평균 8.5년 정도 남아 있으며 그 기간 동안 평균 3번 정도 직업을 바꾸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 중 90% 가량은 법적 정년보다 6년을 앞두고 퇴직하지만 이 중 80%는 퇴직 후 1년 이내 새로운 직업을 찾고 63세가 되어서야 완전히 은퇴를 하는 셈이다. 이들은 퇴직 후 새 일자리를 얻은 뒤 8.5년 동안 노동시장에 머물기 때문에 조기 퇴직에 다른 경제적 손해는 크지 않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의 재취업 직종을 구분해보면 공공기관(20%), 협회(19%), 공직(12%) 등 공공영역이 52%였고 사기업 취업(19%), 사기업 자문(16%), 학계 및 국제기구(13%) 등 민간영역이 48%였다.

이직 경로별로 보면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첫 번째로 취업한 직업군은 공공기관(31%)이 가장 많았고, 사기업 취업(18%), 협회(18%)가 뒤를 이었다. 두 번째로 취업한 직업군은 사기업 취업(11%), 사기업 고문(11%), 공공기관(11%) 순이었고 세 번째 직업군은 협회(9%), 사기업 자문(8%), 사기업 취업(7%), 공공기관(7%) 순이었다.

주목을 끄는 것은 고위 공무원이 공공기관에 재취업 한 후 맡게 되는 직위의 대부분이 고위직이라는 점이다. 퇴직 후 첫 번째 직업으로 공공기관을 선택한 208명 중 임원급(기관장, 이사장, 감사 등)이 아닌 경우는 5명에 불과했다. 그만큼 재취업해 받는 연봉 수준은 현직보다 크게 오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급 공무원이 퇴직 직전 받을 수 있는 급여의 최고 상한액은 약 7488만원이지만 공공기관장으로 재취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급여는 평균 1억5856만원에 달한다. 연봉이 2배 이상 상승한다. 고용확률까지 고려한 기대임금은 1.7배 가량 높았다.

민간부문 임금수준은 노동시장 경험연수가 25~30년에 이른 시점에서 최고점에 다다른 뒤 점차 하락하지만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은 31.5년까지 꾸준히 올라가거나 대단히 느리게 하락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최한수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공공기관이나 관련 협회조직에 재취업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심사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규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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