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 여론조사 … 30.6%가 정상회담 1순위 과제 지목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인간적 유대감·친밀감을 형성하는 일에 가장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국민들은 문재인정부에서 한미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25일 내놓은 정기여론조사(6월1~3일 실시)에 따르면, 응답자의 30.6%가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주력해야 할 점으로 '양국 정상간 신뢰관계 구축'을 1순위로 꼽았다.

한미간에 한반도 사드 배치, 대북정책, 방위비 분담, 전작권 환수, 한미FTA 재협상, 한미일 안보협력 등 여러 가지 현안과제가 놓여있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갖는 첫 번째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정상간 친분을 다지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시각이 짙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여론조사는 '새 출발점에 선 한미관계: 대미 여론과 한미관계 시사점'(김지윤 연구위원, 강충구·이지형 선임연구위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담겼다.

양국 정상간 신뢰구축에 이어 두 번째 과제로 꼽힌 사안은 '한미FTA 등 경제협력'이 24.9%로 뒤를 이었다. 이어 북핵 문제와 관련된 '대북공조 방안 마련'이 20.1%, '사드 등 미사일 방어체제'가 18.5%를 기록했다.

언론 보도에서 한미간 논란으로 가장 부각된 사드 배치 문제가 맨 뒤로 밀려난 것이 눈에 띈다. 사드 배치가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첨예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보도됐지만, 국민들은 여기에 큰 방점을 두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미FTA 같은 경제협력을 훨씬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윤 연구위원은 "국민들이 볼 때 사드배치 문제는 한미 안보동맹과 경제협력의 큰 틀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이며 한미정상회담의 주제로는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언론과 국민들이 본 한미간 시급한 현안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55.0%로 반대(37.0%) 의견보다 18%포인트 높게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일시적으로 찬성 46.3%, 반대 45.7%로 반대여론이 더 높았던 것에서 흐름이 바뀐 것이다. 사드 찬성 여론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2월 73.9%로 가장 높았고 지난해 7월 한미 양국의 사드배치 공식 발표 뒤인 8월, 9월 조사에서도 찬성 응답률이 각각 53.6%, 58.9%고 과반을 웃돌았다.

이번 조사에서 사드 배치에 찬성한 응답자들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야 하므로'(70.3%)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와 달리 반대 응답자들은 '여론수렴 등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서'(45.1%)를 가장 큰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이 배치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의 부재로 인해 형성됐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권과 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여기고 있는 사드배치 국회 비준에 대해서는 국민 다수인 63.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25.5%였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사업 재개에 대해 찬성 45.9%, 반대 50%로 엇비슷했고, 인도적 지원의 경우 대다수 국민들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었다. 71.6%가 '북의 태도 변화 없이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은 25.9%에 그쳤다. 문재인정부가 과거 보수정권과 달리 대북 압박과 함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북 문제에 접근하고 있지만, 연이은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도 상당히 강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의 한미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논란이나 웜비어 사망 사건 등 불안요인이 존재했지만 국민의 67%는 한미관계가 더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빠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은 20.7%로 긍정적 전망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미쳤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한미관계를 우려하는 시각이 64%나 됐던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변화"라며 "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높다는 점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미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한 응답자의 문 대통령 호감도(0~10점)은 8.20점으로 매우 높았다.

[관련기사]
"한미 정상 간 우정과 신뢰 쌓는 데 주력"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