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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 아태·동남아 경제패권 놓고 불꽃경쟁

일본 CPTPP vs 중국 RCEP

2018-01-11 11: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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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이 동남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패권을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자 경제통합조직 창출구상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다.

2017년 11월 9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연구소장이자 역사학 교수인 드미트리 모샤코프는 10일 온라인매체 '뉴이스턴아웃룩'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대신 점차 중국과 일본이 치열한 대결의 장을 펼치고 있다"며 "특히 일본이 미국의 직접적 지원 없이 홀로 중국을 상대하겠다고 나선 상황이 주목할 만한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을 제안했다. 이는 일본의 입장에서 상당히 혁명적 정책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기존 TPP를 CPTPP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선언만으로 보면 미국이 빠졌다는 것외엔 기존 TPP와 달라보이지 않는다. CPTPP 참여예상국의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TPP 대비 약 2/3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일본은 그같은 프로젝트를 끌고나가려고 결정했을까, 또 CPTPP는 다국적시장을 순조롭게 창출할 수 있을까 등이다. 중국이 비슷한 개념으로 추진하는 '동아시아지역포괄적경제협력'(RCEP)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모샤코프 교수는 몇 가지 지점을 짚었다. 우선 아베 총리의 정치적 야심이다. 아베 총리는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의 역할과 지위, 존재감을 크게 높이려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는 중국의 팽창력을 억제하는 의도도 있다. 미국이 빠진 자리에서 일본은 아세안 회원국들에게 '일본은 동남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의도가 그렇다 해도 CPTPP의 성공을 장담하기엔 충분치 않다.

기존 TPP 회원국들의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한 연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자가 참여하는 경제통합시장은 평화와 번영, 지속가능한 개발의 보증자로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 성공사례는 1990년대 APEC, 2000년대엔 EAC(동아프리카공동체), 2010년 이후엔 ACFTA(아세안-중국 자유무역협정)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CPTPP 창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2014년 2월 싱가포르에서 TPP 최종합의문 서명이 결렬됐다. 그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APEC 회의에서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TPP보다 더 넓은 범위의 자유무역지대를 창출하자는 아이디어를 꺼내들었다. 당시 일본의 구상에 따르면 새롭게 창설될 거대 시장은 일본 수출의 80%, 수입의 60%, 직접투자액의 7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아사히신문은 당시 "일본 정부는 시장통합을 향한 다양한 병행 노선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라며 "일본은 TPP가 CPTPP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샤코프 교수는 "일본이 미국의 TPP 탈퇴를 예상하고 때가 되자 전격적으로 기존 TPP 회원국들에게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따라서 수년 동안의 진통을 겪고 탄생한 TPP 준비작업의 특징을 모두 포함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CPTPP 회원국들은 △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 △노동이나 환경 보호 △아동노동 △노동조합 지원 등에 대한 각국의 높은 기준을 포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새로운 통합기구가 논란이 가장 많았던 지적재산권 보호 조항을 포함하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이 조항은 미국의 고집에 따라 준비되고 채택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떠난 마당에 그러한 조항의 목적이 불분명해졌다. 또 다국적기업의 권리에 대한 조항이 들어갈지도 불확실하다. TPP에는 다국적기업의 권리가 사실상 국가와 의회 등의 권리와 동등하다는 문구, 다국적기업은 정부와 의회의 결정에 불복해 특별 TPP법정에 호소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된 바 있다. 이는 전 세계 다국적기업의 약 80%를 갖고 있는 미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조항이었다.

모샤코프 교수는 "아세안 회원국들이 CPTPP와 관련한 일본의 제안에 열정적으로 호응했다는 점, TPP 관련 합의가 이미 완료 마지막 단계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CPTPP와 관련한 합의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일본이 주도하는 새로운 통합기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RCEP는 최근 지지부진하다. 미국이 TPP를 떠난 이후 RCEP 발족관련 작업이 순풍을 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잠잠한 상황이다. 관련 논의가 시작되려면 향후 상당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가국 상당수가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최대 부수 영자지인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최근 "RCEP 논의가 20여 차례 진행됐지만, 합의 진전은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라며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통합시장 접근 수준을 확정하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인도의 요구로, 합의안에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그 부문은 인도의 경쟁력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다른 RCEP 회원국들은 인도의 급진적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걸림돌은 농업부문에서의 자유화를 놓고 이견이 심하다는 점이다. 반면 일본 주도의 CPTPP 회원국들은 이 두 가지 문제를 TPP 논의과정에서 이미 해소한 상황이다.

RCEP의 논의 진전을 지연시키는 또 다른 이슈도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모샤코프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가까운 축에 속하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일본 등이 사실상 RCEP 논의 진전을 막아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불신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태평양과 동남아시아의 경제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20세기말까지 누렸던 아세안 회원국들에 대한 예전의 강한 영향력을 회복하고자 한다. 반면 중국은 21세기 들어서 일본의 위치를 대체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의 제1 교역국이자 대부자, 투자자다. 특히 2010년 중국은 아세안 회원국과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면서 이 지역의 지배적인 경제국으로 우뚝 섰다.

모샤코프 교수는 "하지만 중국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이 지역에서의 경제적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예전 영광을 되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의 직접적 지원 없이 일본 단독으로 그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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