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무보고 추정치

순수익 807억달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난해 순수익은 전년 대비 117억달러 하락한 807억달러였다. 연준이 11일 공개한 '2017년 재무보고서'(추정치)에 따르면 연준의 자산은 4조4500억달러에 이른다. 그중 재무부국채가 2조4500억달러, 자산담보부증권(MBS)가 1조7600억달러 정도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조치를 통해 자산을 사들였고, 이에 대한 이자를 받고 있다. 지난해 이자수익은 1136억달러였다. 여기에 연준이 보유한 외국의 통화를 시가평가한 데 따른 수익이 19억달러였다. 이를 합하면 지난해 총수익은 1155억달러다.

연준은 은행들의 지급준비금과 지급준비금 초과액(초과지준)에 이자를 지급한다. 은행들은 예금자들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비율 이상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한다. 초과지준은 은행들이 지급준비금 법정의무 규모를 초과해 연준에 넣어둔 돈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시행한 양적완화의 결과로 은행들엔 돈이 넘쳐났다. 은행은 이 돈을 시중에 돌리기보다 연준에 넣어두며 이자수익을 챙기는 쪽을 택했다. 은행들의 초과지준은 2008년 7월 17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절정기였던 2014년 9월엔 2조7000억달러까지 급증했다. 이후 다소 줄어들어 현재는 2조2000억달러 수준이다.

기준금리를 논의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초과지준에 얼마의 이자를 지급할지도 논의한다. 현재까지 금리 경로를 보면 연준이 연방기금에 대한 목표금리 기준을 올릴 때마다,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초과지준에 지급하는 이자도 늘어났다. 지급준비금 이자는 목표금리 범위의 상단과 일치한다. 현행 1.25~1.50%의 기준금리 범위에서 지급준비금 이자는 1.5%다.


초과지준 규모는 2014년 이후 하락했다. 하지만 연준이 지급하는 이자는 2015년 12월 10년 만에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 이후부터 늘기 시작했다. 2017년 3번의 금리인상이 진행된 상황에서 연준이 자국 은행과 외국계 은행에게 지급한 이자는 전년 대비 138억달러 늘어난 259억달러였다. 온라인금융매체 '울프스트리트'는 11일 "이같은 이자는 가장 위험이 없는, 앉아서 버는 돈"이라며 "그냥 넣어두기만 해도 벌어들이는 수입"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연준은 지난해 환매조건부채권(RP,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어 되사는 조건의 채권)과 관련해 34억달러의 이자를 지급했다. 연준은 기준금리 범위를 목표치로 유지하기 위해 초단기 금리시장에서 RP을 사고판다. 연준이 지급하는 RP금리는 보통 기준금리 범위의 하단에 해당한다.

12개 지역연방은행이 지난해 운영비로 쓴 돈은 41억달러였다. 여기에다 신규 달러를 발급하고 낡은 달러를 폐기하는 비용으로 7억2400만달러를, 연준 이사회 운영과 관련한 비용으로 7억4000만달러를, 소비자금융보호국 운영에 따른 비용으로 5억7300만달러를 썼다. 연준은 또 12개 지역연방은행에 대한 배당금으로 7억8400만달러를 지급했다.

이 모든 비용을 제하고 나면 연준의 순수익은 807억달러에 달한다. 이 수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연준의 수익은 미 재무부로 귀속된다. 지난해 연준은 802억달러를 재무부에 건넸다.

은행에 대한 이자지급액이 치솟은 반면, 정부에 귀속되는 연준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 만약 연준이 은행에 초과지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그 액수도 고스란히 국고에 귀속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은행이 받는 모든 돈은 간접적으로 납세자의 호주머니에서 가져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준은 올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계획이다. 3, 4차례 금리인상이 유력하다. 4차례라고 하면 올해말 은행이 연준에 초과지준 형식으로 맡겨둔 돈에 대한 이자율은 무려 2.5%에 달한다. 그렇게 되면 올해 연준이 은행에 지급하는 이자는 대략 4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이다. 사실상 은행에 대한 숨겨진 보조금에 해당한다.

동시에 연준은 양적완화 축소작업에 돌입하면서 이자를 낳는 자산을 떨궈나가고 있다. 따라서 올해 수익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프스트리트는 "돈은 덜 들어오는데 나갈 돈은 많아진다"며 "이래저래 대형은행 CEO들만 함박웃음을 짓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연준은 회계법인의 감사를 거쳐 오는 3월 확정치를 밝힌다. 연례적 재무감사는 회계법인 KPMG가 수행한다. 하지만 수박겉핥기라는 지적이 많다. 연준에 대한 감사는 보통의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일반회계기준(GAAP)에 따르지 않는다. KPMG는 연준 자체의 회계기준과 재무제표가 부합하는지만을 본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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