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대화를 계기로 북미간 직접 대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의도가 불확실하고 양자의 입장 차이가 커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저녁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불어 닥친 훈풍에 재빠르게 몸을 싣고 북미간 직접대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 용의까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과 전쟁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며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하루에만 서너 차례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 내용을 언급하며 미국도 북한과 직접 대화할 의지를 갖고 있음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노르웨이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는 북한과 전쟁을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문제를 군사옵션 없이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전쟁이 다가온다"는 말을 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 사령관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모르는 것을 그가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걸 예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는 분명히 몇 가지 문제가 있으나 현재 남북한 사이에 좋은 대화가 많이 오가고 있다. 좋은 기운이 많다"며 "그 피드백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적절한 시기와 올바른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간 회담을 개최하는데 오픈돼 있음을 밝혔다"고 백악관이 서면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그것(남북대화)이 어디로 이를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바라건대 남북대화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성공으로 이어 지기를 기대한다"며 남북대화에 이어 북미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화염과 분노' 9월 '북한의 완전한 파괴'라는 유례없는 강경발언을 쏟아냈고 항공모함 전단 3척 한반도 집결, 스텔스 전투기 등 군용기 260대 공중훈련 등 무력시위에 주력했다. 더욱이 지난해 10월초만 해도 북미대화를 탐색하고 있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노력에 대해 "시간낭비하지 말라"고 일축했는데 3개월 만에 180도 반전시킨 것이다.

비핵화 협상 성사 시킬지 미지수

하지만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될 평창동계올림픽과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패럴림픽이 끝난 후에 올림픽 해빙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개선되고 북미간 직접 대화, 나아가 핵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남북대화에 이어 북미대화, 핵협상으로 이어갈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는지 조차 의문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소 즉흥적이고 과장된 직접 대화나 전쟁 없는 외교적 해결을 낙관하는 목소리만 매일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내 외교안보전문가들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의심하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대화론을 주도하고 있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남북대화에서 중요한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으나 올림픽 문제에서 끝나고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기대치를 낮췄다.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는 북한이 그동안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하는 척하면서 많은 돈을 요구하고 달아났다며 지난 25년 동안의 일어났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은 과거 북한의 행태를 볼 때 이번 남북대화는 속임수일수 있어 핵문제에 있어서는 김정은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번 남북대화에서도 비핵화 요구에 격한 반응을 보여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후 협상테이블에 나와 군축평화협상을 벌이겠다는 전략목표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다.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적어도 60일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핵폐기로 가겠다는 용의를 밝혀야 핵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는 미국의 기본 입장이 바뀔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외교안보팀내에서 의견이 분열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북한 미사일 기지를 제한적으로 폭격하는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군사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남북 대화가 열리는 동안 어떠한 군사행동도 없을 것으로 약속했다는 대목에 대해 미국에서는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은 청와대가 발표한 한미정상 대화 내용에서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거나 제외시켰다. 특히 대북군사옵션을 놓고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강경매파 입장을 보이는 반면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안보팀 내 의견 달라

미국 언론들은 북한의 화성-15형 발사 직후인 지난 연말 북한 미사일 시설만 폭격하는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군사옵션을 내부에서 논의했으나 반대의견이 압도해 채택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다양한 군사옵션을 마련해야 하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군사 옵션을 시행해도 김정은이 정권 종말을 두려워해 반격하거나 전면전으로 비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파 입장을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반면 렉스 틸러슨 국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사일 시설을 공격받고 북한은 휴전선 일대에 집중 시켜 놓은 포병화력의 보복공격에 나서 한국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고 결국 한미양국도 응전해야 하기 때문에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반대편에 선 것으로 미 언론들은 전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은 물론 제재압박 캠페인에서도 트럼프 외교안보팀내의 강온대립이 사사건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활용해 남북 해빙과 관계개선을 토대로 한미가 사전에 조율해 북한과 핵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는 복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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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