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매체 '앨트마켓'

"거품 깨고 책임 떠넘기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10년 간 수조달러 부양책과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으로 금융시장 시스템의 작동법을 바꿔놓았다. 시장은 이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단적인 사례는 주식시장이다.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모든 경제지표가 건강함과는 거리가 먼데도 미 증시는 역대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고 있다. 값싼 달러가 끊임없이 공급되고 0%에 가까운 초단기 금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과관계는 연준의 자산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추이에서 나타난다. 지난 7년 간 거의 동일한 움직임을 보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비주류 온라인 금융매체 '앨트마켓'은 14일자 기사에서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앨트마켓에 따르면 금융시장의 또 다른 수상한 움직임은 달러인덱스에서 나타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외국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상대적으로 예측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였다. 즉, 연준의 사상유례없는 구제금융과 부양책 프로그램 때문에 달러가치는 바닥을 기었다. 당연히 원자재 가격은 치솟았다. 특히 미 달러로만 거래되는 원유시장은 거의 4배 정도 치솟았다. 금 가격은 1온스당 200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통화긴축 방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연준의 경우 먼저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금리를 올렸다. 현재는 부풀어오른 자산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달러 추이에 이례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준의 통화긴축은 달러인덱스를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달러는 2003년 이후 볼 수 없었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거기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미 국채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국채는 달리 말하면 미 달러에 대한 수요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16년 전반에 걸쳐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과 일본이 보유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은 2016년 초 1조3000억달러에 육박하던 국채 보유량을 그해 말 1조달러대까지 줄였다.

직접적으로 달러의 대안을 찾자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는 수십년 동안 발권력 남용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악영향을 받지 않았다. 해외의 달러 수요가 그만큼 컸기 때문에 타국에 떠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 달러의 독점적 지위에 반발하고 있는 나라들이 이제는 양자 무역에서 달러 이외의 통화로 결제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강화되면 결국 해외에 있던 달러가 본국인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는 타국 통화 대비 계속 하락한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움직임도 한몫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은 양적완화 등 부양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유로화나 엔화의 가치가 오를 것임을 의미한다. 반대로 달러인덱스는 추가 하락하게 된다. 연준이 공세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는다면, 달러가치 하락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10년 가까이 진행된 연준의 부양책이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연준이 실제 얼마나 많은 돈을 찍어냈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금융위기 당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던 증시가 이후 계속 치고 올라가 최근에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으로부터 지레짐작할 뿐이다. 명목상 수치 이상으로 돈을 찍어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결국 돈을 찍어낸 결과는 어딘가에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현재 지켜보는 달러가치 하락과 미 국채 장단기 금리차(스프레드)의 축소가 그 첫 번째 증상일 수 있다. 스프레드 축소는 보통 경제불황의 전조로 여겨지는데, 현재 금리차가 줄어드는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훨씬 빠른 편이다.

앨트마켓은 "달러와 미 국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리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연준이 통화긴축에 아랑곳않는 달러시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결국 연준은 자신이 만들어낸 사상 유례없는 거품을 꺼뜨려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달러의 위상 추락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 문제를 누구에게 돌리느냐다. 앨트마켓은 트럼프 행정부가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의 활황세에 대해 '자신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라고 여러번 자화자찬한 바 있다. 만약 연준이 증시부양 플러그를 뽑아버린다면, 비난의 손가락은 거품을 만든 연준 등 금융엘리트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할 수 있다.

연준뿐 아니라 월가의 주류언론도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허버트 후버 대통령(1929~33년 재임) 스타일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 계획을 밀어붙인다면, 가파른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 여기에다 추락하는 달러 문제까지 덧붙이면 연준이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공세적인 금리인상의 근거를 갖게 된다는 게 앨트마켓의 분석이다.

앨트마켓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내달 퇴임하고 제롬 파월 신임 의장이 취임하면 연준이 보다 공세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자산을 축소해나갈 것"이라며 "연준과 언론들은 미 국채에 대한 수요 감소와 달러 인덱스의 하락을 그같은 조치의 이유로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그런 상황이 오면 현재와 같은 증시 활황세는 반전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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