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순혈주의·패거리문화 청산' 존치 무게

일선경찰 '졸업뒤 경위 임용은 위헌' 폐지 촉구

정부 권력기관 개혁안에 '불똥' 맞은 경찰대학

권력기구 개혁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경찰대학 개혁안을 놓고, 경찰 수뇌부와 일선 경찰들 사이에 큰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경찰대학을 존치시키되 '순혈주의' 폐단을 불식시키기 위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수뇌부와 달리, 일선 경찰들은 '경위 임용'단계부터 헌법위배 소지가 큰 경찰대학을 이번 기회에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권력 비대화 우려 등 청와대발 권력기구 개혁 논란에 경찰대학이 '불똥'을 맞은 꼴이다. 해묵은 경찰대학 출신 특혜 논란도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5일 정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경찰대생들의 순혈주의와 폐쇄주의, '끼리끼리 문화'로 경찰 내에서 집단화한 엘리트가 생기는 등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고칠 것"이라면서도 "경찰이 커지는 만큼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를 공급해줘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언급한 대학폐지 등 경찰대학 개혁안에 대한 경찰 수뇌부의 공식 입장인 셈이다.

앞서 14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차 수사권 확보나 안보수사처 신설 등 경찰 수사권한이 과거보다 커지는 내용을 포함한 정부 권력기구 개혁안 발표 뒤 취재진들에게 "이전보다 커진 수사권한이 경찰대 출신에 의해 독점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에 의해 고위직이 거의 독점되다시피 한 현 경찰 조직의 문제점을 개혁 대상으로 삼아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경찰권력 비대화 견제장치의 하나로 경찰대 폐지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경찰대학의 존폐여부는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이 청장은 그러나 "경찰대학이라는 것 자체를 존치시키되 개방해서 누구나 가서 교육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되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고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찰대 개혁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순혈주의 등 적폐문화는 청산해야 겠지만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경찰대학 자체를 없애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경찰 안팎에선 전국의 경찰행정학과 출신이 일정 부분 경찰대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해서 순혈주의를 없애거나 순경으로 경찰관이 돼도 경찰대에 편입할 수 있도록 혼혈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일선 경찰들은 그러나 경찰조직내 적폐청산 1호로 꼽을 정도로 경찰대학 폐지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경찰청 내부망과 페이스북 경찰인권센터 등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선 경찰대학 운영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은 "국립 경찰대학 졸업자가 '경위' 임용하는 제도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고 사립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졸업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역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근거도 없이 경찰대 졸업만으로 경위 임용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헌법재판소가 1989년 국공립 사범대학 출신자에 대한 교육공무원 우선 채용제도를 위헌 결정한 사례와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경찰관 '시보 제도'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신을 경찰가족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경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도 중앙경찰학교를 거쳐 1년의 시보 경찰 기간을 두는데 경찰대학 졸업생과 간부후보생 출신은 시보를 거치지 않는다"면서 "시보 기간 동안은 경찰 신분보장이 안되고 근무 실적과 직무 능력을 인정 받아야 순경으로 최종 임용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경찰대학 출신과 간부후보생 출신은 시보를 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얘기다.

한 경찰관은 "경찰대학을 법으로 설치하는 것 자체가 입법권 남용이며 졸업생들을 경위로 임용한 것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므로 경찰대학설치법을 폐지하고 일반 국립대학으로 존치하되 그 졸업생들에 대한 특혜는 모두 폐지하는 게 정도"라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대학은 경찰 엘리트 양성을 목표로 1981년 개교했다. 기수마다 100∼120명을 배출해왔다. 1기가 졸업한 1985년부터 지금까지 4000명 가까운 졸업생이 나왔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임용돼 경찰공무원 공채(순경)나 간부후보 등 다른 출신에 비해 훨씬 적은 나이에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어서 최근 몇 년간 경찰 지휘부의 절반 이상을 경찰대 출신이 차지하는 현상도 빚어졌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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