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인력기준 너무 낮아 … 병원 적정성 평가지표에 '재활' 항목 없어

요양병원은 의료법상 '병원'으로 분류되지만 의료기능이 높지 않아 '무늬만 의료기관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진 인력 기준도 약할 뿐만 아니라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 환자에 대한 회복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재활'지표도 없다. 더욱이 요양시설을 이용할 인지장애·문제활동을 지닌 사람들도 요양병원에 머물고 있다. 이에 요양병원에서의 의료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요양병원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베이부머세대가 노인층화 되고 7∼8년 후에 우리사회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층이 총인구의 20%이상 차지)로 진입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시군구 지자체 단위로 노인층에 대한 의료 요양 복지통합서비스 제공할 수 있는 연계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가운데 요양병원은 의료서비스 영역을 강화하는 쪽으로 역할을 재정립하고 요양부분은 요양시설이나 다른 복지서비스가 맡도록 해야 한다"고 19일 말했다.

요양병원의 재활치료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미 재활치료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요양병원들도 있다. 경남 울주군에 있는 이손요양병원은 환자의 회복재활치료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이손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사진 김규철 기자


◆최소한의 의료인력 기준이 문제의 시작 = 요양병원의 의료기능 부실은 요양병원의 의료인력을 최소화한 인력기준에서 비롯된다.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서, 노인성질환자 만성질환자와 외과적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사람을 입원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요양병원 의료진 인력기준을 보면, 환자 40명당 의사(치과의사, 한의사) 1명, 환자 6명당 간호인력 1명으로 의료진이 감당할 환자비율이 높다. 더욱이 입원 환자의 간호서비스 담당할 간호인력 2/3까지 간호조무사를 둘 수 있어 요양병원 현장에서는 간호서비스가 간호조무사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간호조무사 인력 채용은 간호사인력 채용에 비해 진료 질 개선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요양병원의 재활기능도 부족하다.

송 교수에 따르면 '재활이 필요한 환자군이 (조사 대상) 요양병원 중 44.1%를 차지했지만 실제 전문재활치료를 주 2회 이상 실시하는 의료경도 환자는 2% 미만'이었다.

송 교수는 "요양병원에 재활의 요구가 있는 환자에 비해 실제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는 매우 소수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하고 있는 '요양병원 적정성평가'의 평가지표에 '재활' 관련 부분이 없다. 의료인력수, 물리치료사 약사 방사선사 사회복지사 등 필요인력의 재직일수율 등 인력관련 지표와 유치도뇨관이 있는 고위험군·저위험군 환자비율 등, 일상생활수행능력 감퇴 치매환자비율 등 진료 과정과 결과에 대한 지표들뿐이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지표 반영할 필요성이 있는지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요양병원 요양시설 환자중복, 적절한 서비스 못받아 = 요양시설에서 요양이나 돌봄을 받아야 할 경도인지장애나 문제행동을 보이는 노인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도 문제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등의 '요양병원관리 감독강화 및 제도 개선'보고서에 따르면, 요양병원 환자 중 인지장애군이 34.6%, 문제행동군이 15.0%에 이르렀다. 이들은 병원에서 나와 갈 곳이 없다면 최대 49.6%는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층이다.

요양시설에서도 의료최고도 1.8%, 의료고도 13.9%, 의료중도 14.7%로 총 30.4% 인원이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환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요양병원과 시설을 이용하다보니 의료와 요양 필요 정도에 따른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송 교수는 "인지저하군 문제행동군은 요양시설과 요양병원과의 환자 중복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환자군"이라며 "치매환자 중 요양병원보다 노인요양시설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는 게 더 필요한 환자는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하고 두 환자군 중에서 병원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환자만 입원할 수 있도록 임상적 상태에 대한 입원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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