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익 대구가톨릭대 교수

지난 1월 말 정부의 올 해 업무보고가 모두 끝났다. 과거에 비해 문체부의 업무보고에서 관광 부문의 비중과 중요성이 줄어든 듯하다. 올 해의 업무계획이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번째 정책 방향이라는 점에서 관광의 중요성과 비중 감소가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전 정부의 관광정책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에 입맛이 씁쓸하다.

과거 이명박정부에서는 '녹색관광', 박근혜정부에서는 '창조관광'이 대표적인 관광정책 브랜드였으나 세부적으로는 표현만 다를 뿐 비슷한 점이 많았다. 문재인정부도 과거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올해 문체부 업무보고에서는 관광산업 육성·지역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웰니스 관광·한류관광 활성화, 관광서비스 품질향상, 캠핑장 조성, 관광안내체계 개선, 문화관광축제 지원 등이 제시되었다.

모든 국민이 쉽게 관광 여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지난 해 말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고부가가치 관광 확대, 전략 관광시장 다변화, 크루즈·의료관광·MICE(전시컨벤션산업)·쇼핑관광 육성, 관광벤처 육성 등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발표되었다. 전반적으로 지난 정부의 관광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고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새 정부의 관광정책이라고 하기에 미흡하다.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정부답게 '쉼표 있는 삶' '관광복지 확대'라는 문재인정부의 국정목표가 관광정책에 구현되어야 한다.

'관광산업 체질 개선'이니 '국제경쟁력 강화'니 하는 판에 박힌 레토릭 대신 계층·지역간 관광 여행의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국민이 쉽게 관광 여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광정책의 목표가 '관광산업' 진흥을 넘어 포괄적인 '관광 여행 진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광수요 진작을 위한 과감하고 담대한 관광복지 정책이 수립·확대되어야 한다.

잠재 관광자에 대한 통큰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 저소득층, 노령층,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 관광 여행 소외계층은 물론 일반 국민들이 쉽게 관광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관광 예산 확대 및 우리나라 관광 재정의 2/3를 차지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용도 재조정과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기금의 주요 재원이 외국인 카지노 납부금이었으나, 현재는 출국납부금과 내국인 카지노 납부금 등 일반 국민이 부담하는 비중이 커졌다. 따라서 기금의 용도 또한 기금 납부자에 맞도록 조정될 필요가 있다.

또 일반 국민들이 쉽게 관광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기금의 법정 부담금 범위 내에서 관광자에 대한 직접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통합문화이용권, 노동자 휴가지원 제도와 같이 실질적인 관광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지원이 확대되고, 저리 융자 등의 혜택도 필요하다. 일반 국민에 대한 기금 지원을 통해 관광 여행 참여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곧 관광사업 진흥이므로 기금의 직접 지원이 기금 설치 목적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의 하나가 '관광복지의 확대'

지금까지 관광정책이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체질개선이라는 공급 측면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일반 국민에 대한 직접 지원을 통한 관광 여행 수요 진작에도 주력해야 한다. 직접 지원을 통한 관광 여행 참여 확대 → 관광사업체 매출 증대 → 고용확대 → 경쟁력 강화 등으로 선순환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관광수요를 진작할 수 있도록 관광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쉼표 있는 삶'이 실현되고, 관광산업의 성장 기반도 확대될 수 있다.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정부 국정과제의 하나가 '관광복지의 확대'이다. 누구나 관광 여행을 통해 '쉼표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관광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관광정책에도 촛불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조광익 대구가톨릭대 교수 관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