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진 가천대 교수

2016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해 동안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무려 36명이다. 2017년에도 3살 아동이 친부모가 채운 개 목줄로 인해 질식사하고, 실종된 줄 알았던 고준희양이 학대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심각한 아동학대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와 더불어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에 지난 1월, 대통령은 아동학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아동학대 신고 이후 처리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우선 현장조사를 나가 학대상황을 확인하고, 학대여부를 판정하는데 아동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여겨지면 아동은 원가정에서 분리된다.

그러나 학대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70% 이상의 아동들은 원가정에서 생활을 지속하며, 분리된 아동들 중 일부는 아동양육시설로 옮겨가지만 나머지 아동들은 격리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가정으로 복귀한다.

학대판정 후 70% 이상의 아동이 원가정에서 생활

현장조사와 학대판정 다음은 학대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관리 단계이다. 사례관리는 일반적으로 대상자의 욕구를 파악하여 적절한 직·간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의 목적은 학대 발생의 원인이 되는 양육자의 특성과 가정 상황을 변화시켜 재학대를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학대로 인한 신고가 연간 아동학대 신고건수 중 약 10%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학대가정을 대상으로 한 사례관리가 그동안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다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례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아동학대 사례관리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일반적인 복지서비스 대상자들과 달리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서비스 제공에 거부적인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한다 해도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받는 일이 드물다보니 서비스 효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담원의 노력이 훨씬 더 많이 요구된다.

둘째, 아동학대사건 처리절차에서 조사기능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서비스 제공기능이 약화됐다.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급증했는데 그에 대비해 부족한 인력 문제로 인해 서비스 제공기능은 현장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셋째, 지역사회에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경우,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고자 해도 지역사회 내에 서비스 관련 인프라가 부재하다보니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이는 효과적인 사례관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학대가정에 대한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상담원 수를 증원해 1인당 담당사례수를 줄이는 한편, 아동학대 조사 기능과 서비스 제공기능을 분리해 현장조사 업무로 인해 서비스 제공기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동학대 사례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가해자 및 학대피해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문서비스를 개발, 적용해야 한다.

학대 발생한 가정 대상으로 강도높은 서비스 제공해야

아동학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인력과 예산지원을 늘리는 등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와 더불어 기존 대책에서 취약한 부분을 찾아 보완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지금까지의 아동학대 대책이 아동학대 발견율을 높이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서비스 제공을 통한 재발방지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동학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학대가 발생한 가정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서비스 제공이 요구된다.

안재진 가천대 교수 사회복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