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지금 산업은행과 GM은 한달째 실사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GM 처리방안 등 모든 쟁점은 산업은행 실사 뒤로 미뤄진 상태에서 자본과 보수언론은 노동조합 책임론을 유포하며 노동자들의 양보를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제기되는 의혹 일체를 밝힐 근거를 이미 쥐고 있다. 높은 매출원가율이 나오는 이유는 이전가격, 과도한 연구개발비 등 2가지다. 이 문제는 꼭 실사를 해야 밝혀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산업은행은 2010년 GM 본사와 끈질긴 교섭 끝에 'GM대우 장기발전 기본합의서'를 체결했고 그 과정에서 CSA(비용분담협정)도 개정했다. CSA는 신차 연구개발비용을 본사와 한국GM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를 명시한 협정이다. 산업은행은 과도한 연구개발비 지출의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 불가피하다면 기준/원칙 정하자

2013년 초부터 국세청은 한국GM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해 2014년 273억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한국GM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판매법인이나 남미에 있는 특수관계사로부터 받는 금액이 다소 낮다고 국세청이 판단한 것 같다"며 사실상 '이전가격' 때문임을 시사했다. 즉 국세청은 GM의 이전가격 문제를 이미 알고 있다.

2010년 CSA 협정 내용, 그리고 2013년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만 공개해도 한국GM 관련 대부분의 의혹이 풀린다. 정부는 이 자료와 근거를 모두 갖고 있다. 그런데 꼭 실사를 해야 알 수 있단 말인가? 실사를 애드벌룬으로 띄워놓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GM과 뒷구멍 교섭을 하려는 것은 아닌가?

거칠게 얘기하면 상정 가능한 한국GM 처리방안은 다음의 3가지로 얘기해볼 수 있다. 첫째, GM 자본이 원하는 것처럼 정부도 일정 지원하고 노조도 일정 양보하는 내용의 패키지 협약을 체결하는 길이다. 이 경우 GM은 일정기간(5년?) 명시를 요구할 것이다. 패키지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일정기간 동안 GM이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물론 협약기간이 끝나면 다시 GM은 지원을 요구할 것이며 다시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GM을 GM으로부터 떼어서 독자생존 길을 찾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법정관리, 제3자 매각, 국유화, 산업은행 관리 등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물론 과연 독자생존이 가능할지, 어려움이 있는 방안이다.

셋째, 최악의 수단으로 파산시키는 방안이다. 이 경우 엄청난 해고와 실업대란은 물론이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위 3가지 경우 모두 불가피하게 막대한 공적자금 내지 고용보험기금 투입을 필요로 한다. 파산으로 가면 돈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지만 고용재난지역 선정 및 산업위기 대응지역 선정만 해도 수조원의 고용보험기금 및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대량실업이 야기할 어마어마한 갈등 해소를 위해서도 상당한 사회적 비용과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책임 있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지워야

그렇다면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어떤 방안이든 불가피하게 국민 혈세와 보험기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면 사태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명명백백한 진상조사가 있어야 한다. 진상조사 결과 책임 있는 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

쌍용차 사태를 떠올려보면 국정조사, 세월호 사태를 기억해보면 특조위 등의 방안이 있다. 어떤 경우든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면 어떤 방식이 노동자와 가족의 삶, 그리고 지역경제와 전체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혈세를 투입하는 방안을 토론해야 한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