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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하나금융과 갈등 겪다 물러난 금감원장

"지나치게 특정인에 초점 맞춘 검사" … 금융회사 회장 셀프연임 막으려다 먼저 사퇴

등록 : 2018-03-13 10:46:34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전격 사의를 밝히고 물러나면서 하나금융지주와 금감원의 갈등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 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 원장은 12일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본인과 관련된 2013년 하나은행의 채용비리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하면서는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융감독원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강변하면서도 물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공정한 조사' 때문이라고 밝힌 것이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특별검사단이 독립적으로 조사를 한다고 해도 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검사결과를 외부에서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특별검사단 구성을 지시한 순간부터 사실상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 원장의 비리의혹도 하나금융 사장으로 있을 때 일이고 하나은행의 채용과 관련된 것"이라며 "문제가 된다면 금감원장으로서 했던 일 때문이 아니고 하나은행의 채용비리"라고 말했다. 향후 문제의 초점은 하나은행의 채용비리의혹에 맞춰져야 한다는 말이다. 검찰도 최 원장의 비리의혹이 포함된 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과정까지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2차례의 채용비리 사건으로 임원이 전원 사퇴하고, 최 원장 취임 이후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고 했지만 원장까지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치명타를 입게 됐다.

채용비리 의혹, 청와대도 부담 =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 등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면서 하나금융을 압박했고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번 사태가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체적으로 채용과정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최 원장이 금융지주 사장 시절인 2013년에 친구의 아들을 추천한 사실을 확인했다. 최 원장의 인사 추천은 하나은행 내부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라서 외부에서는 언론보도의 진앙지로 하나금융을 의심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으로 불거진 문제라고 해도 사안 자체가 '채용비리 의혹'이라는 점이 간단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엄단을 지시했던 채용비리에 금감원 수장이 연루된 것은 청와대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백을 주장했던 최 원장이 발빠르게 거취를 결정하게 된 이유로도 해석된다. 최 원장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청와대에 해명한 후 사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갈등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최고경영자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최고경영자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만든다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내부의 유력 경쟁자들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원장도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금감원 정기인사에서 은행담당 부서장(국장)이 갑자기 지방으로 좌천당한 이례적인 사건이 하나금융 검사와 관련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위에서 지나치게 특정인에 초점을 맞춘 타깃 검사를 지시한 것에 대해 그런 식의 검사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하다가 좌천됐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특정인은 김정태 회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원장은 금융회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막으려다 6개월 만에 물러나는 '최단기 금감원장'이 됐다.

하나금융 경영실태평가·지배구조 검사 진행 = 금감원은 상반기에 하나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와 지배구조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최 원장이 물러났으니 김정태 회장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만큼 하나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금융회사와의 갈등에서 금감원이 완패를 한 꼴이어서 향후 금융회사 감독·검사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검사과정에 반영될 경우 하나금융에 대한 검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배구조 검사를 따로 나가기보다는 2년마다 하는 경영실태평가를 할 때 같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2016년 진행했던 하나금융 검사결과에 대한 제재도 진행 중이다. 당시 건전성 검사결과는 조치가 이뤄졌지만 준법성 검사에 따른 제재는 사안이 검찰의 최순실 수사와 맞물려 중단된 상태였다.

하나금융은 금감원의 제재에 이어 채용비리 수사결과 등을 앞두고 있는 등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과 하나금융은 전혀 상관이 없다"며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사태의 발화점을 청와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는 것이 없다"며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김조원 KAI사장을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하려다 실패한 청와대 '부산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부산파가 최 전 원장을 추천했던 장하성 정책실장에 대한 견제의 강도는 높였지만 후속 인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후임 금감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최수현 진웅섭 최흥식 등 그동안 원장들은 시장 장악력이 약했다"며 "내부적으로는 관료 출신의 강성 인사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범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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