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에 무역·군사 모두 돈 잃어"… 백악관·국방부 '그런 뜻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정치행사에서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거론하다 주한미군을 협상카드로 거론했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안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5월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의제로 주장할 여지를 만드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언론의 이런 해석을 부인하며 발언의 파장을 막으려 애썼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주리주에서 열린 모금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30분짜리 연설이 담긴 음성 녹음본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언급하며 "우리는 그들과의 무역에서 매우 큰 적자를 보며 우리는 그들을 보호한다"면서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000명이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을 두고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불공정하다며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모금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외에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을 겨냥해 이들 국가가 수십 년간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맹렬한 공격을 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강한 경제를 구축했음에도 낡은 무역 규정을 이용하고 있고, 일본은 미국의 자동차기업이 일본의 소비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술책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CNN 방송, CNBC 방송 등 미국의 다른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시사하며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반응을 자제했다면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이날 방미를 거론, "이러한 발언에 대한 보도는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16년 3월에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더 많은 돈을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카드는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한미간 FTA 재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과정이어서 무역문제에 주한미군을 연계해 동맹을 다시 한번 위협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한미군철수 위협은 김정은 위원장이 첫 만남에서부터 그가 요구할 핵심 카드중의 하나인 미군철수를 과감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도록 만드는 전략적 실수일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워싱턴 소재 VOX 미디어는 "주한미군 철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강력히 원하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도 철수시킬 수 있다는 의중을 미리 내비침으로써 첫 만남에서 제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내다봤다.

백악관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의 한 관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현 행정부가 미국인 근로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무역과 투자 협정들을 재협상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는 틈이 없다. 우리는 그들(한국)을 계속 지원하고 함께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발언의 진의에 대한 질문에 "초점은 우리와 한국과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범 기자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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