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의견 반영, 새 공간 만족도 높여 … 도서관 건립 초기부터 사서가 앞장서야

"1층을 '책이 환대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1층 로비를 터서 자료실을 마련해 시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경험을 바꾸려고 시도했어요.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4월 문을 열었을 때 재개관 기념 음악회에 집중하던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보는 만큼, 경험하는 만큼 품격이 높아집니다. 공들여 가꾼 공간을 마련해 두면 누구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8일 만난 윤명희 파주시 중앙도서관장은 2017년 리모델링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파주시 중앙도서관은 2017년 4월 전시실, 어르신장애인실 등으로 나눠져 있던 1층 로비 전체를 한 공간으로 터서 재개관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내일신문은 윤 관장을 만나 파주시 중앙도서관 리모델링에서부터 시작, 파주시 사서 1호로 1994년부터 사서직 공무원으로 일해 온 그가 생각하는 도서관과 사서에 대해 들었다.
윤명희 파주시 중앙도서관 관장 사진 이의종


예산 확보에서 설계 업체 교육까지

파주시 중앙도서관은 1층에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7500여권의 예술 문화 여행책은 물론 '당신의 책장' '휴먼인파주(휴먼 in paju)' 등 컬렉션을 전시하고 편안한 소파와 의자를 갖췄다. 시민들은 층고가 높고 탁 트인 공간에서 통유리로 창밖을 보며 편안한 자세로 독서를 즐긴다. 수시로 크고 작은 음악회와 저자 강연회, 독서 모임도 열린다.

윤 관장은 "분실방지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았지만 지금껏 책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서 "시민들은 점차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시의 예산은 한정돼 있었고 적은 예산으로 지역 업체들을 움직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윤 관장은 시민들과 소통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7500만원 계획 잡혀 있던 것을 설득해 2억7000만원을 확보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으면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하자'고 설계 업체들과 논의를 거듭했다"면서 "시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물으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파주시 중앙도서관 1층 로비. 사진 이의종


사서들이 도서관 설계에 적극 참여

그는 사서가 리모델링은 물론 도서관 건립 초기 단계부터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서들이 시민들의 도서관 건립 요구를 먼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주시의 경우, 2005년 중앙도서관을 금릉택지개발지구에 건립할 때부터 현재까지 사서들이 나서서 15개의 도서관 부지를 확보하고 이용자 동선을 고려해 도서관 설계도면을 수정했다.

2008년 교하도서관을 건립할 때는 공원부지를 확보하는 등 중앙도서관을 건립할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완했다. '건축은 건축과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난 결과였다.

윤 관장은 "신도시 승인 단계가 복잡한데 어느 단계에 나서야 도서관에 좋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경험을 쌓으면서 배울 수 있었다"면서 "이렇게 사서가 적극적으로 임할 때 사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보다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서직 공무원,도서관 통해 시(市) 발전에 기여해야

오랜 시간 그는 '사서직 공무원'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왔다. 위계 서열·체계가 강조되는 공무원 조직은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하는 도서관 운영의 특징과 배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때문에 종종 사서직 공무원들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업무환경에 당황해 동력을 잃기도 한다.

윤 관장은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가치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답을 찾아가고 있다. 공무원 조직의 장점을 도서관을 위해 활용하며 도서관을 통해 시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 이럴 때 시는 도서관을 지원하고, 시민은 도서관의 지지자가 될 수 있다.

그는 "공무원 조직의 장점 중 하나는 목적과 방향이 설정되면 지역 전체에 빠르게 확산시키는 조직적 힘"이라면서 "민간 위탁 운영을 하던 교하도서관을 파주시가 직접 운영하게 됐을 때 출판사·유관기관 등 다양한 지역 주체들과 함께 도서관을 지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서관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토론회 하나를 할 때도 시민들과 소통한다"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도 이런 도서관의 업무 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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