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정원장 측근 증언

상납금 전달할때 차량까지 내줘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진들이 국가정보원장의 활동비 상납을 요구했고, 돈이 전달될 때는 직접 청와대 차량을 내주기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대표적인 친박계인 최경환 의원이 상납을 언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장들의 재판에 남재준 전 원장의 측근 등이 나와 이러한 주장을 했다.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A씨는 "(상납한 돈이) 불법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일종의 월권일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육군 출신으로 남 전 원장의 정책특보를 지내면서 국정원장 특수활동비 등을 관리했고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매달 5000만원씩 6억원을 청와대에 전달하는데 관여했다.

A씨는 "(남 전 원장은)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탐탁해하는 것 같지 않았다"며, 남 전 원장이 군에 근무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국방부도 각종 지휘관에게 부대 운영비가 지급하는데, 일부 상급부대 지휘관들이 소속 부대 지휘관들의 부대 운영비를 거둬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악습을 없애는데 남 전 원장이 앞장섰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부대운영비를 부하들에게 나눠줬던 남 전 원장의 소신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요구로 깨졌다. 남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거부감이 일었지만 예산 목적에 맞게 집행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돈을 보냈고 결국 법정에서 피고인의 신분이 됐다.

A씨는 또 남 전 원장 퇴임 후 참모진들과의 식사 당시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안봉근 비서관이 '남 원장에게서 매월 5000만원씩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남 전 원장은 자신의 재임 시절 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이 돈을 받아갔다는 데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B씨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예산이 있고 할 텐데 '왜 우리한테 돈 받아가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있다"고 말했다. B씨가 청와대 돈을 전달하려고 하면 청와대는 B씨에게 차량을 내보내주는 등 편의까지 제공했다.

검찰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차를 보내줘 타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느냐'고 묻자 B씨는 "네. 청와대 차량을 타면 (보안검색)등 한번에 쭉 들어가니까 편의를 봐준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국정원 예산관이던 C씨는 최경환 의원으로부터 돈 요구를 받은 정황에 대해 증언했다. 최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에 국정원에 상납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C씨는 "최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돼서 이헌수 기조실장과 함께 업무보고를 갔다"며 "최 의원이 '청와대 예산이 부족하다는데 국정원 예산을 좀 쓸 수 있느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C씨는 최 의원 요구가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본인이 '옷을 벗을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언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매달 원장이 쓸 특수활동비를 책정하는데 C씨가 원장실에 전달하면 A씨가 수령하는 형태였다. 이후 A씨가 돈을 준비하면 B씨가 청와대에 전달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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