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이번주 초 이낙연 국무총리를 수행해 브라질리아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8차 세계물포럼에 참석했다.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열정적으로 '물 문제의 위급성' '시급한 행동' '공동의 대응'을 촉구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물은 인류에게 분명 축복이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었고 인류는 강줄기를 따라 문명을 건설했다. 하지만 현재 인류의 1/10인 7억명 정도가 마실 물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 지구의 70% 이상이 물로 덮여있지만 정작 음용할 수 있는 물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닷물을 제외한 육지의 물은 전체의 3%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빙설과 지하수를 제외하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호수나 하천수는 전체의 0.01% 뿐이다. 이에 더해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물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90억명을 넘고 물 수요는 지금보다 40%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물 부족 현상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물 행동 10년(2018-2028)' 발족

또한 지금도 부족한 물이 오염되고 있다. 18억명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고, 오염된 물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많은 질병의 원인이다. 이로 인해 날마다 1000여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UN은 이렇게 점차 심각해지는 물 문제에 대처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1993년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지정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1996년 창립된 세계물위원회(WWC) 주도로 3년마다 열리는 '세계물포럼'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세계물위원회는 현재 70여개 국가와 400여개 기관의 참여 속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인류가 직면한 물 관련 이슈를 논의하고 물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과 참여, 행동을 이끌어내는 광장(forum)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UN의 이러한 노력과 같은 맥락에서 2015년 대구·경북에서 제7차 세계물포럼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특히 각료선언을 통해 물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요소임을 강조했고, 그 해 9월 UN이 채택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물이 6번째 단독목표 "모두를 위한 물과 위생"으로 설정되는 데 일조하였다.

이러한 모멘텀을 이어가고자 올해 세계 물의 날을 전후해 개최되고 있는 제8차 세계물포럼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이 총리는 지구 남반구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물 행사에 참여해 각국 정상급 참석자 및 국제기구 대표들과 함께 국제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였다. 특히 개막식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물의 혜택과 물 관리 기술을 공유하고, 물 관련 갈등을 민주적 공론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촉구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올해 세계 물의 날을 맞아 UN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물 행동 10년(2018-2028)'이 발족된다. 각국이 모여 앞으로 10년간 인간 생활의 절대적 요소이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수 과제인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이다.

1/10의 물만 사용하는 네덜란드의 초효율적 농업

물 문제는 빈곤, 기아, 도시화, 성불평등, 에너지 부족 등 지속가능발전 목표들과 연계되어 있다. 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이제는 물 문제 해결과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 각자의 이해관계를 떠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도 이미 세종시에 I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물관리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물 한방울까지 아끼는 이스라엘의 농업 기술, 다른 나라에 비해 1/10의 물만 사용하는 네덜란드의 초효율적 농업시설 등 '물의 희소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각 국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물의 실질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미래의 위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제 행동할 때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