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거대양당 짬짜미

위법 논란, 헌법소원 검토

21일 전국 15개 시·도(기초의회 없는 제주·세종 제외)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2/3에 해당하는 10곳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마련한 획정안이 무시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담합해 3~4인 선거구를 대폭 축소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이 과정에 선거법 위반논란이 제기됐고 헌법소원 움직임도 일고 있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거대양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15개 시·도에 따르면 13개 광역 시·도의 기초의원 선거구가 확정됐다. 전북과 충남은 도의회에서 선거구 획정안이 부결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결정한다. 두 곳은 해당 시·도 선거구획정위가 마련한 획정안이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13곳 가운데 서울시의회를 비롯해 경기·경남·인천·부산·울산·대전·대구·경북·강원 10곳의 시·도의회에서 해당 시·도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을 수정했다. 대부분 3~4인 선거구를 없애거나 축소한 수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의회는 20일 몸싸움까지 벌이며 4인 선거구 7곳을 없애고 2인 선거구를 14곳 늘렸다. 이날 울산시의회도 4인 선거구 1곳이 포함된 조례안을 0곳으로 수정, 가결했다. 전날 대구시의회는 선거구획정위 안인 4인 선거구 6곳을 2인 선거구 12곳으로 쪼개는 내용의 조례수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15개 시·도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7곳은 4인 선거구가 아예 없다. 경남도와 강원도는 그나마 4개, 2개의 4인 선거구가 획정안에 포함됐지만, 당초 선거구획정위 안(경남 14곳, 강원 3곳)에서 후퇴했다. 경남은 3인 선거구도 32곳에서 28곳으로 대폭 축소했다.

반면 광주시의회는 3인 선거구를 일부 줄이고, 4인 선거구 1곳을 2곳으로 확대한 수정안을 가결해 대조를 보였다. 충북도와 전남도는 3~4인 선거구를 확대한 선거구획정위 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각 시·도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분야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정당과 지자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획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다수의석을 점한 10곳의 시·도의회에서 획정위 안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이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도 일었다.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인 경남도는 "선거구 획정안은 공직선거법 입법취지대로 존중돼야 한다"고 재의 요구를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도별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서울·경기 등 다른 지자체들은 "법적 하자가 없다"며 재의요구를 하지 않았다. 지난 2006년 4월 창원지방법원은 4인 선거구를 2인 지역구로 분할한 조례의 무효 청구소송에 대해 "공선법이 4인 선거구를 원칙으로 한다고 볼 근거가 없고 도의회가 어떤 지역구제를 선택할 것인가는 재량에 속하는 문제"라며 원고패소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시도의회들이 수정가결한 획정안은 4인 선거구 쪼개기뿐 아니라 인접 선거구로 1명을 떼어주거나 3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대폭 수정하는 등 선거구획정위원회 안을 아예 무시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다거나 표의 비례대표성·등가성을 무시한 지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21일 '거대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의 분명한 대국민사과와 시정방안을 제시를 촉구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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