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등 한반도 평화 문제 가장 시급하지만

정책·공약·인물 등 지역 이슈 소홀히 다뤄선 안돼

각 정당 후보에 정책 제안, 개헌논의도 되살려야

한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북미 회담 등 평화 의제가 이번 지방선거를 관통할 가장 큰 주제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로 인해 주민 삶 개선이라는 지방선거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국민개헌넷, 정치개혁공동행동 시민단체들이 15일 국회 앞에서 연내 개헌과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국민개헌넷 제공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 네트워크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노동단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상인 단체, 청년광장 청년 유니온 등 청년단체들은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선거"라며 "6.13선거를 통해 지방정부에서 꼭 채택해야 할 공정경제·중소상인·노동·청년 등 4개 분야 12개 정책을 출마자들에게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경제 분야에서는 경제민주화 기본 조례, 경제민주화 정책 전담부서 설치, 중소상인 분야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방지 조례 제정, 무분별한 대규모 점포 입점의 규제를 제시했다. 노동 분야에서는 노동권 기본 조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을, 청년 분야에서는 청년 활동 지원대책, 공공직접일자리 확대, 주거비·학자금 대출이자 부담완화 등을 제안했다.

이들 단체들은 회견 이후 각 정당 지자체장 후보들에게 정책을 전달하고 후보 등록이 완료되면 후보 초청 토론회, 정책 약속 행동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개헌 논의를 되살려야 한다는 움직임도 확산 중이다. 당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권력구조 개편, 지방분권 등 내용을 담은 개헌안 동시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해다툼으로 개헌 투표는 무산됐고 언제 다시 논의를 재개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개헌넷, 정치개혁공동행동 등 헌법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전국 961개 사회단체는 같은날 국회 앞에 모여 연내 합의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모든 당이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회는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다가 결국 6.13개헌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면서 "국회는 조속히 국민 뜻을 반영한 합의안을 만들고 논의를 재개해 연내에 개헌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헌법학회는 지난 10일 국회 도서관에서 '한국형 지방재정조정제도 모색' 심포지엄을 열었다. 자치분권 시대에 맞는 지방재정 확충 방안, 중앙-지방 간 재정조정 개편안 등 논의가 주를 이뤘지만 공론화가 되지 않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지방자치분권에 대한 국민적 열의가 어느때보다 높지만 정작 어느 후보도 자치분권의 핵심인 지방재정 자립과 확충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문현 학회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천명 후보들이 지방자치, 지방분권의 주도자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자치분권 핵심인 지방재정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선거를 앞둔 위선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북미 회담이 지방선거일 하루 전으로 예정돼 있는 등 한반도 평화 이슈는 선거전 막판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선거가 가까이 올수록 대형 이슈에 가려졌던 정책, 공약, 민생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특히 높아진 유권자 의식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본부장은 "광역이 아닌 기초 단위에서는 지역 이슈, 후보 자질 등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각종 조사에서 후보 선택 기준을 '인물'이라고 답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대통령 지지율만 믿고 자격 미달 후보를 공천한 곳은 여당이라도 외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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