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로스캠 지음 / 이연준 외 옮김 / 샘파트너스 펴냄 / 3만6000원

현대인의 삶과 브랜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늘 하루 일과를 되돌아보자. 아침 ○○침대 브랜드에서 잠을 깬다. 그리고 머리맡에 둔 △△브랜드 휴대전화로 간밤의 뉴스나 날씨를 검색한다. 이어 ◇◇브랜드의 세면도구, □□브랜드의 화장품으로 출근준비를 한다. … 저녁에 친구들과 ▽▽브랜드의 소주를 마시고, 밤이 깊어 △△브랜드에서 생산한 차를 타고 귀가한다. 이처럼 잠에서 깬 후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 모두는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 주체이자 소비자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브랜드는 이미 '제품'과 '광고'의 역할을 넘어섰다. 브랜드는 이미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고리일 뿐 아니라, 기업 내부의 가치혁신을 주도하는 구심점 역할도 수행한다. 개인이나 기업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브랜드에 목을 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캐서린 슬레이드브루킹 지음 / 이재경 옮김 / 홍디자인 / 1만7000원

마침 브랜드 디자인을 고민하는 사람들-경영자, 디자이너, 연구자들에게 단비같은 책이 출판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질브 브랜드 주도 혁신'(Zilver brand-driven innovation) 설립자인 에릭 로스캠 애빙이 쓴 '브랜드, 디자인, 혁신'과 영국 크리에이티브아츠대학교에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캐서린 슬레이드부루킹의 '브랜드 디자인'이 그것이다.

한국어판 디자인혁신사례 돋보여

"이 책은 브랜드를 다루는 디자이너 또는 매니저라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모든 요소를 다루고 있다." 장동련 홍익대 시각디자인 교수의 추천의 글처럼 '브랜드, 혁신, 디자인'은 전 세계 브랜딩과 디자인 분야의 연구자들과 실무자들이 필독서로 꼽아온 책이다.

이 책은 '기업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으로서의 브랜드나 그것에 대한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극대화하는 디자인이라는 고전적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민속촌의 브랜드 재창조 사례. 제일 위 개념도는 한국민속촌이 새로운 콘셉트를 '전통의 재해석과 재창조'로 잡았음을 보여준다. 아래 사진은 새로운 브랜드가 적용된 한국민속촌의 계절 프로그램 소개 포스터.


바로 브렌딩과 혁신, 디자인을 통합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소비자에게 깊이 각인되는 브렌드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기업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브랜드와 혁신, 디자인 중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디자인의 역할이다. 최근 들어 디자인은 단지 제품의 외관을 아름답게 하는 과거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부터 고객 접점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디자인 매니지먼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 세 요소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브랜드, 혁신, 디자인'은 디자이너나 연구자들, 기업 매니저들에게 현실적인 고민을 풀어주는 실용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선 브랜드, 혁신, 디자인에 대해 각 개념을 다시 정립하고, 이를 연결해주는 도구로서의 전략들, 실무 적용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또한 다양한 도표와 자료, '생각해보기' '연습해보기' 같은 실습 파트, 세계 유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실어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에게 실제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준다.

특히 브랜드 디자인 개념을 적용한 국내외 기업의 사례는 디자이너나 연구자들에게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한국민속촌, (주)교보핫트렉스, (주)공차코리아 등 한국 사례도 실어 국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디자이너 뿐 아니라 브랜드를 소통, 공감, 참여의 도구로 사용하고 싶은 매니저, 그리고 기업혁신에 갈증을 느끼는 경영자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디자인'이자 '일'인 실무에 초점

'브랜드, 혁신, 디자인'이 브랜드 디자인과 기업혁신에 대한 전략적 접근법이라면, '브랜드 디자인'은 세밀한 실무적인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브랜드 디자인 자체가 '디자인'이자 '일'이기 때문이다.

현직 교수이자 디자이너인 저자는 서문에서 '참고 및 적용이 가능한 크리에이티브 툴을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분명하게 밝힌다. 말하자면 디자이너 관점에서 타깃 소비자 조사부터 브랜드 이름 짓기, 최종 브랜드 아이덴티티 적용까지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이론적이며 실무적인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브랜드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업무 과정을 막연히 그려보는 학생부터 스킬을 올릴 필요가 있는 현업 디자이너 모두에게 필요한 실전 대비서라고 할 수 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