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규 한국사법교육원 교수

변호사 단체가 국민의 사법선택권을 박탈한다며 세무사법 개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률의 위헌성을 제기하는 한편 대규모 집회와 삭발투쟁까지 벌였을 정도다. 변호사와 세무사 두 전문직 직역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변리사와 공인중개사 등 인접 직역 자격사들의 직역(변호사 업무) 침탈 시도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법원이 해당 변호사를 유죄로 인정했다. 변리사 공동소송 대리권을 인정해달라는 변리사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4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세무법률서비스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는 세무사법 등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변호사협회는 국민들이 선택권을 되찾아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게 됐다고 대환영을 표명했다.

법무사에도 민사 소액사건 허용해야

그렇다면 법무사에게도 민사소액사건의 소송대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법률 수요자의 선택권 측면에서 소비자 권익보호와 법익 균형성을 갖게 된다. 이는 관련 학회나 시민단체들의 국민 선택권과 사법 접근성 측면에서 당연하다. 여론조사에서도 크게 찬성을 얻어냈다. 법률수요자들도 동의하고 있고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까지 마쳤으나 변호사 단체 반대에 부딪쳐서 자동폐기를 당하면서도 다시 상정돼 아직도 법안은 계류중이다.

변호사 단체는 이에 대해 비전문가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는 것은 법률서비스 제도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논리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사가 법률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 소액사건의 경우 소장 작성부터 제출접수와 사건의 답변서, 준비서면 등을 작성 대리접수해 처리하므로서 사실상 법률 수요자의 위임행위가 관행으로 정착돼 전문화돼 있다. 법무사가 법률 비전문가라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변호사 단체는 인접 직역 자격사들의 업무수행을 부당한 직역 침탈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변호사가 선택권을 박탈당하는 것으로 오인시켜 관련 법 개정을 반대한다. 이러한 변호사 단체 주장들은 소위 요즘 시중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내로남불'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내집단 편향'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신이 소속돼 있는 그룹에 대한 소속감으로 인해 긍정적 자아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소속그룹에 대한 이기적 편애와 타그룹에 대한 배타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법무사는 선택권 요구를 하고 있는데 변호사는 선택권 박탈당함에 분노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침탈이 아닌 함께 가자는 것이다. 법은 시민의 것인데도 소신없는 법조인들에 의해 정략적으로 운영되고 무책임하게 편승해 법을 자신들의 안위와 영달 그리고 집단이기주의에 휘둘리고 있다.

이럴 경우 당연히 국민들로부터 냉소받는 사법이 되기 일쑤다. 법률복지국가건설을 위한 최소한 요건인 '법의 지배'를 충실하게 해 직역 상호간의 공감과 공생 동행하는 법조인상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민 선택권을 요구하는데 "권리 박탈 당했다"

우리 법조는 독과점적 직역 보호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사법체제로 탈바꿈해야 한다. '법이 일상적인 것이 되고 필요한 곳에서 언제나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사법체제를 열어 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관습과 질서, 법이라는 공통 약속과 공존 기반들이 이기주의와 힘의 논리에 의해 희생당할 때 법치주의에 허무함을 느낀다. 법치주의 자체에 위기감마저 돌게 한다.

법조인 상호간 불신이 싹트지 않도록 서로 보완해야 한다. 세심한 배려로 '밥그릇 싸움'이라는 오명도 벗어야 한다. 법조인 사이의 갈등이 국민의 법률복지 원래 기능을 저해하는 분규가 아니기를 바란다.

한창규 한국사법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