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직원 10% 해당

독일의 글로벌은행 도이체방크가 전 세계적으로 임직원 1만명을 감축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도이체방크가 미국 전역의 지점에서 1000명의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는 한달 전 전망에서 훨씬 더 나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3일 "신임 CEO인 크리스티안 제빙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전체 임직원의 10%에 해당하는 1만명의 인력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현재 도이체방크의 정직원 수는 약 9만7000명 선이다.

WSJ는 그러나 "제빙의 구조조정안에 대해 경영진의 의견이 나뉘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2019년 내내 진행될 구조조정안에 대해 향후 수개월 동안 치열한 논쟁과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투자자들은 도이체방크 구조조정안이 계획대로 진행될지에 대해 불신을 보내고 있다. 그같은 여파로 도이체방크 주식은 올해 들어 약 1/3이 하락했다. 올 1월 2일 15.96유로였던 주가는 23일 현재 10.90유로를 기록중이다. 유럽 주요 기업 중 최악의 실적을 냈다. 2016년말 도이체방크가 각종 스캔들로 신뢰 위기를 겪은 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도이체방크 경영진과 이사회는 인력과 예산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또 외부 투자자와 임원들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도이체방크 위기가 얼마나 깊은지 드러내고 있다.

WSJ는 "도이체방크 감독이사회와 경영진들이 24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본사에서 연례 주주모임을 개최한다"며 "이 자리에서는 회사를 쪼개는 방안, 지난달 CEO를 존 크라이언에서 제빙으로 교체한 이유, 인력과 재정에 관한 가혹한 선택 등에 대해 치열한 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같은 날 보도에서 "도이체방크가 전 세계 자산시장에서 발을 뺄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안방과 다름없는 유럽시장에서도 투자금융을 중단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도이체방크가 연례 주주모임에 맞춰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준비중"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활동을 크게 줄이는 것은 물론 중부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활동도 줄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례 주주모임에서 도이체방크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도이체방크 감독이사회 의장인 파울 아흘라이트너가 불신임 투표를 맞게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FT는 "전략의 부재, 실적악화의 세월이 수년째 이어지는 와중에서 도이체방크가 전면적인 위기로 빠져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FT에 따르면 아흘라이트너를 대체할 사람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필립 힐데브란트다. 스위스중앙은행 총재를 지냈고, 현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유럽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2012년 그의 아내가 외환시장 내부자거래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스위스중앙은행 총재직을 사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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