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공동연구소 설립 등 기술투자 급증 … 한국도 피해 우려

미국 산업계가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25일 '미중 기술패권 다툼은 제2의 무역전쟁 도화선'이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에선 중국이 기술을 부당하게 탈취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밝혔다.


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또 "미국 의회, 국방부, 주요 싱크탱크 등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중국정부의 일사분란한 지휘하에 진행된 미국기업 사냥으로 안보 및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첨단기술이 대거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2015년 99억달러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이 발표되기 전인 2014년보다 330%가 증가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은 2025년까지 중국의 제조업 체질개선을 위해 △중국기업 해외 현지화 △해외 인수합병, 지분 및 벤처투자 확대 △로봇 인공지능 바이오 등 10개 첨단기술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중국계 대형 IT기업을 중심으로 2017년에만 미국에서 165건의 기술투자가 진행됐다. 미국 국방부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2015년 미국 내 벤처투자의 10%가 중국계 자본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유전자 공학 등 첨단기술 유출로 미국이 입은 피해가 연간 3000억달러(324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처럼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이 우려되자 미국정부는 안보를 이유로 중국자본의 자사 반도체 제조업체 인수투자 시도를 저지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미국 투자는 △실리콘밸리 초기 스타트업 △도산위기에 처한 기업 △공동연구소 설립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중국 해외투자는 정부와 업계의 매우 고도화된 조율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 해외투자 최종목표는 미국 등 해외 국가로부터 선진기술 획득"이라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일부에서는 미국 내 벤처 투자가 고갈되는 상황에서 중국 자본은 미국 기술개발의 젖줄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미국 상하원 상임위원회는 지난 22일 만장일치로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개혁법안'을 본 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외 투자에 대한 심의 검열을 강화해 미국의 안보와 기술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사실상 중국의 기술 탈취를 근절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CFIUS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13~2015년 동안 387건의 투자 거래를 조사했고, 이중 중국에 대한 조사가 74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에 대해서도 제조 2건, 금융·정보 3건, 에너지·건설 2건, 유통 1건 등 총 8건 조사를 진행했다.

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이번 CFIUS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정부는 광범위한 영역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국가 안보 침해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고, 거래 취소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며 "규제검토 대상으로는 군시설 주변 부지관련 투자, 중대 기술 및 기간산업 투자, 해외기관의 특수목적 기술획득 등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중국의 투자를 통한 기술탈취 행위는 미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며 "중국의 기술 투자가 대거 동아시아 지역으로 몰리는 추세여서 한국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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