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의성 입증' 주력, 삼바 '국제회계 준수' 반박 … '콜옵션 판단' 최대쟁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의 2차 심의가 25일 열린 가운데 이날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감리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오전 8시부터 2차 심의를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심제는 제재대상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감원 특별감리팀이 동석해 동등하게 진술 기회를 갖고 감리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방식이다. 반박과 재반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원 재판에 비유되기도 한다.

1차 심의에서 양측의 주장을 들은 위원들은 2차 심의에서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자료와 핵심쟁점에 대한 양측의 논리적 근거를 판단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감리위의 한 관계자는 "사안 자체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판단할 때 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며 "하지만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감리위가 17일 1차 심의에서 전문검토위원을 선정해 쟁점을 검토하기로 한 만큼 2차 심의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진행이 예견됐다. 다만 삼성바이오와 금감원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붙고 있어 이날 심의에서 논의하지 못한 부분이 생기면 31일로 예정된 감리위 정례회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대 쟁점은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2015년 회계처리가 정당했는지 여부다. 종속회사일 때는 지분을 장부가(취득시가)로 평가하지만 관계회사가 되면 공정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변경으로 2650억원이던 지분가치는 4조8086억원이 됐다.

이날 삼성바이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한 미국 바이오젠이 이같은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과 함께 국제회계기준을 준수했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국제회계기준인 IFRS는 종속회사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상실하면 관계회사로 변경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하고 대표이사도 협의하게 지명하는 만큼 양사가 공동경영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양사는 합작당시 계약에 따라 주주의결을 위한 지분율을 52%로 했다. 삼성바이오가 독단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2015년 당시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먼저 바이오젠에 콜옵션 행사를 요청하자, 바이오젠이 그 대가로 복제약의 '유럽 외 판권'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이같은 요구를 거부했고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실제로 콜옵션이 행사되지는 않았지만 IFRS에서 '잠재적 의결권의 계약 조건을 상품이 내가격 상태이거나 투자자가 다른 이유로 상품의 행사나 전환에서 효익을 얻을 경우 실질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한 점을 강조했다.

콜옵션 행사에 따른 비용이 효익보다 크면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없지만 반대로 콜옵션 행사 비용보다 효익이 크면 '내가격'(in the money) 상태라는 주장이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가치가 콜옵션 행사 비용보다 더 높았기 때문에 '내가격' 상태이고 이를 근거로 회계 처리를 변경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2015년말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유지분에 대한 공정가치를 4조8086억원으로 평가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해당 수치는 안진회계법인이 삼성물산의 통합 과정에서 작성한 것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복제약 제품이 국내에서 승인을 받았고 유럽에서도 승인이 예상되는 시점이어서 기업가치가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같은 이유만으로 주당 가치가 갑작스럽게 '내가격' 상태로 급상승하기는 어렵다며 반박했다.

또한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2012년과 2013년에는 콜옵션 발행 사실을 공시하지 않다가 2014년에야 이를 주석에 기재했는데 회계기준에서 요구하는 공시항목을 기재하지 않았다며 '중요자료에 대한 공시누락'으로 판단하고 있다. 콜옵션과 관련한 부분에서 분식회계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콜옵션 관련 내용을 공시했고 2016년 상장 이후에 투자자들이 이미 이 같은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젠이 지난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메일을 보내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 사안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분식회계 관련은 2015년 당시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어서 콜옵션 행사 기한이 끝나는 시점의 의사표명은 고려 요인이 되기 어렵다고 감리위는 보고 있다.

금융위는 "2차 회의를 앞당겨 시작했고 감리위원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늦어도 저녁 전에는 심의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감리위 또는 증선위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