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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도시농업으로 '공동체' 문화 되살린다

등록 : 2018-06-01 15:23:13

조명래 농촌진흥청 원예작물부 부장
"디트로이트 시내에 산재해 있는 1500개의 길거리 텃밭은 단순히 토마토, 양배추를 재배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신선한 채소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이웃 간에 화합하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도시농업 예찬론자인 데비타 데이비슨이 지난해 봄 벤쿠버 TED(기술, 오락, 디자인 분야 강연회)에서 한 말이다. 자동차의 도시, 미국 디트로이트는 한때 세계 제일의 공업도시였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로 쇠퇴해가는 도시의 상징이 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최근 디트로이트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도시농업을 통해 활기 넘치는 새로운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되살린 도시농업

디트로이트의 도시농업은 '공동체'가 핵심이다. 도시의 버려진 공간에 시민들이 과일이나 채소, 꽃 등 식용 식물을 함께 재배하고 수확물을 공유한다. 시민들이 함께 일하기 때문에 도시농업 공간은 활력이 넘친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간다.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들이 현장교육, 워크숍, 기술적 지원 등 도움을 제공한다. 도시농장은 예술, 건축, 지속 가능한 생태계 및 새로운 시장 경제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단순 텃밭 재배로 시작한 도시농업이 이제는 공동체 개념으로 발전해 이웃이 함께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주시 노송동 문화1길 주민들은 꽃과 채소로 골목길을 가꾸고 이웃과 소통하고 있다. 텃밭 만들 공간이 없어 골목길 담장 아래에 주민들이 각자 준비한 작은 화분과 상자, 스티로폼 재활용 상자 등에 꽃과 채소를 심어 가꾸고 있다.

처음에는 동네의 한 주민이 시작했으나 이웃주민들이 동참하면서 이제는 온 동네가 꽃과 채소가 풍성한 마을이 됐다. 서로 왕래가 없었던 이웃들이 이제는 골목길의 화분을 가꾸면서 대화를 하고, 각자 갖고 있는 종자나 화분을 교환하는 등 이웃 간 소통이 활발해졌다.

서울시 관악구는 지난 25~26일 도시농업을 매개로 건강한 지역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제1회 관악도시농업축제’를 열었다. 구는 지난 2015년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도시농업 확산에 나섰다. 도시농업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650계좌를 분양한 강감찬 텃밭의 경우 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도시농업은 도시 안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경관과 관계를 만들어 내면서 가정과 이웃, 지역, 학교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텃밭이라는 공동의 공간과 관심사를 통해 세대 간, 이웃 간, 도시와 농촌 간 소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단절된 지역공동체를 연결하고 소규모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도시민들은 정서적인 행복감을 찾는다. 아이들과 함께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고 조금씩 자라는 것을 함께 관찰하며 가족 간 소통도 하고 이를 통해 정서적인 만족과 여유를 느낀다. 열매 맺는 생명체를 돌보는 활동을 통해 도시민들은 보람, 성취감과 함께 심리적 안정을 통한 치유의 효과도 누린다.

도시농업으로 행복감 상승

농촌진흥청이 텃밭체험이나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었다. 또한 다채로운 교육, 체험, 봉사활동 확산을 실현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로 주민들의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만 되면 동네 텃밭이나 도시 근교의 주말농장은 도시농부들로 북적인다. 걸음마를 뗀 꼬마농부에서부터 어르신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올해는 가정마다 텃밭 하나씩 만들어 보자. 아파트에는 작은 베란다 텃밭이라도 좋다. 행복은 소득이 높아진다고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도시농업을 통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며 정서적으로 행복한 나라가 되기 바란다.

조명래 농촌진흥청 원예작물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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