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적대 청산, 새 전략관계 구축 … '비핵화 시간표'에 관심 집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역사무대에 함께 오른다. 성패를 둘러싼 관측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두 정상이 만나는 오전 9시(한국시각 10시) 첫 만남 첫 1분에서 회담 성패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적어도 비핵화 시간표라도 제시해야 한다는 최후 압박을 넣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단 한 번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나는 첫 1분 안에 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게 될 것"이라며 전략적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모인 북미 정상 |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0일 오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파야레바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영접 나온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은 첫 정상회담을 이틀 동안 열 수 있고, 비핵화와 체제보장, 관계개선의 맞교환과 시간표까지 담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후속협상은 물론 2차, 3차 정상회담으로 이어갈 것으로 예고했다. 결단을 보여준다면 플랜 A를 가속화할 것이고, 반대일 경우 플랜 B로 전환하거나 아예 조기 종료시킬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트럼프 "단 한 번의 기회 잡아야" = G-7 정상회담이 열린 캐나다 퀘벡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첫 북미정상회담을 '평화의 임무'(Mission of Peace)로 명명했다. 첫 대면할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마지막 경고와 권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 그의 국민, 그 자신, 그 가족들을 위해 매우 긍정적인 어떤 것을 할 것이라고 진실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에게는 이번이 단 한 번의 기회(one-time shot)"라고 강조하며 "이런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과감한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획기적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는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기회를 잡으라는 통첩성 권고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포기에 진지한지 아닌지는 1분 이내에 알 수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진지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대화를 계속하지 않을 것" 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북한과 논의는 매우 잘 진행됐다"면서 "나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성공적인 출발을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만남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가장 먼저 확인하겠지만 진지한 것으로 평가하는 즉시 플랜 A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고했다. 그럴 경우 북미 양국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밝혔다. 이는 두 나라가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위협하지 않고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관계로 일대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완전한 비핵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 대가로 미국은 체제보장과 관계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폼페이오 장관은 밝혔다.

◆김정은 '비핵화 시간표' 제시할까 = 트럼프 대통령이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으라며 막바지에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첫 만남에서 분명한 비핵화 의지와 나아가 비핵화 시간표까지 내놓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다. 미국은 그간의 협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 어떻게 단계별로 비핵화를 진행하고 완료할 것인지, 대략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스스로 제시해줄 것을 요청해온 것으로 보도돼 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NHK와 인터뷰에서 "두 지도자는 분명히 그것(비핵화 시간표)을 논의할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우리가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고, 진전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결단과 성의있는 조치를 고대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즉각적이고 신속한 핵폐기를 요구하다가 최근 들어 현실을 감안한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사실상 수용한 만큼 김 위원장의 크고 대담한 전략적 결단을 표현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방식은 신뢰감을 높일 수 있도록 초반에 일부 핵탄두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반출조치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어 핵미사일 프로그램 전체의 실태를 자진신고하고 핵물질 생산시설의 불능화, 기존 핵탄두와 ICBM의 완전폐기 등의 순으로 단계별로 이행하고, 단계별 간격을 최대한 좁혀 전체 비핵화 작업을 2020년 중에 완료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이중에서 어떤 조치들을 우선 선택하고, 어떤 시간표를 내놓을지, 그리고 김 위원장의 조치를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평가 할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판단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바라고 있는 체제안전 보장과 관계개선을 신속하게 조치해 줄 것을 확약할 것으로 폼페이오 장관은 전했다. 미국이 북한에게 해줄 수 있는 체제안전보장으로 적대정책 중단을 분명히 하고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북한공격이나 침공도 없을 것임을 선언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현 행정부나 미래 행정부에서 쉽게 번복하지 못하게 북미합의를 조약처럼 미 상원에 비준동의를 요청해 전체 100명중 67명의 지지를 받아내는 방안도 추진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진전에 맞춰 북미 양측은 연락사무소나 대표부 설치, 나아가 국교정상화를 추진하는 데에도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대북제재의 해제나 경제협력 지원은 비핵화에서 중대한 조치들이 실행된 이후에나 가능해질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크고 담대한 대원칙 담은 공동성명 채택 =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핵화와 체제보장, 관계개선 등 크고 담대한 대원칙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해 발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양국이 이번 첫 북미정상 회담 직후에 공동성명을 발표하려고 추진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북미 정상들의 첫 공동성명은 크고 대담한 양국관계의 역사적 대전환, 이를 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관계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시간표 등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조치까지 담을 수 있을 지는 김정은 위원장 결단이 필요한 것이어서 아직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첫 북미정상회담을 마치면서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느냐에 따라 회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에 비핵화 시간표가 들어가거나 심지어 일부 핵탄두나 ICBM의 조기 반출까지 담기느냐에 따라 후속협상과 속도가 판명날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트럼프-김정은 내일 '세기의 빅딜'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북미정상 '성공적 출발' 선택할듯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