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첫 정상회담 전야에도 특유의 협상술로 압박을 가하고 있어 긴장감이 감돌고 있지만 판을 깨기보다는 '성공적인 출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는 관측이다. 후속 협상은 긴 험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역사적인 여정의 '성공적인 출발'은 확실시 된다는 게 미 언론의 관측이다.

톱다운 방식의 정상회담

6.12 첫 정상회담은 몇가지 이유에서 '성공적인 출발'이 될게 확실하다고 USA 투데이가 보도했다. 무엇보다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은 기존 외교 틀과는 정반대 방식으로 성사됐고 준비돼 왔으며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협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밑에서 올라가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오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다.


외교관들이 협상을 벌여 합의한 다음 정상들은 마지막으로 서명하고 악수하는 바텀업 방식이 정상회담 외교의 기본 관례다. 하지만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정반대로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지난 3월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 정상회담 제안을 한국 특사단으로부터 전달받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수락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IA 국장과 국무장관으로서 두 번이나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비핵화와 체제 보장, 관계개선을 깊숙이 논의했다.

5월 2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취소라는 충격요법을 썼다가 하루 만에 재추진에 다시 나섰고, 북한 실세로서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친서까지 전달하자 6월 1일 예정된 첫 북미정상회담을 확정지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양쪽의 최고 지도자가 결정하고 그 아래서 핵심 참모들이 움직였고 그 다음 실무협상을 벌이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첫 정상회담에서 70년 적대관계인 미국과 북한 정상이 처음으로 맞대면하고 악수를 나누는 장면 자체가 역사적인 기록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두 정상 모두 '회담 성공' 갈망

톱다운 방식도 그렇지만 회담 주체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모두 회담성공을 갈망하고 있는 점도 성공적인 출발을 예상케 한다. 파격과 충격요법, 반전을 즐기며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새 역사쓰기를 중단할리 없을 것이므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리얼리티쇼로 유명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이런 쇼를 계속하고 있으며, 안보외교 사안에서도 예외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 김정은 위원장과의 빅딜로 노벨평화상을 타고 2020년 재선에 성공하겠다는 빅 피처(큰 그림)를 그리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요즘은 즉각적인 핵폐기 대신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사실상 수용해 유연한 협상전략으로 바꿨다. 이것이 미국에게 나쁜 합의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빅딜합의를 타결 짓고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북핵문제를 전쟁없이 해결하는 역사 새로 쓰기의 주인공이 되려는 열망은 여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럴 경우 노벨평화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내에서 러시아 스캔들을 돌파하고 비판론을 압도해 자연스럽게 재선에 성공하는 결정적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 최강 미국의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며 빅딜을 시작할 수 있는 상반된 위상과 기회를 얻은 것이기에 이를 적극 살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올 신년사부터 평창 동계 올림픽을 활용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키고 그 중간에 중국도 두 번이나 방문하는 등 180도 달라진 위상을 얻었고 역사적인 대전환의 기회까지 잡으려 하고 있다.

과정의 시작으로 기대치 낮춰

트럼프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의 목표를 세기의 핵담판이 아닌 과정의 시작으로 기대치를 낮춰 놓은 것도 성공적인 출발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핵폐기를 빠른 시일내 완료할 것을 요구하다가 시간이 걸리는 단계별 해결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도 여러 번하고 서로 주고받기하는 전략으로 유연하게 바꾼 후 역사의 무대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의 성격을 '서로의 상황 알기'로 공개 규정했다. 김 위원장과의 백악관 2차 정상회담도 언급할 정도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비핵화와 체제보장 등을 빅딜로 타결하려면 다섯 번은 정상회담을 가져야 할 것으로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첫 북미정상 회담에서는 대원칙들을 담은 공동성명에 두정상이 서명해 발표할 수는 있어도 비핵화에 대한 세기의 핵 담판이 벌어지는 것은 아님을 미국 측은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깜짝 놀랄만한 비핵화 행보를 취해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강요하거나 서둘지는 않을 것이며 회담 실패를 외치며 회담장을 떠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이번 첫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조치를 단계별로 취해 일정기간 내 시행완료한다는 타임테이블(시간표)를 제시하면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제재해제와 경제협력, 국교정상화 등이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고된다.

더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제조한 핵탄두과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일부를 초반에 내줄 수 있다는 약속까지 한다면 상당한 가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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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