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공단→문화재단으로 몇년새 소속 바뀌어 불안 … "도서관 직원 처우에 관심을"

"노조를 만든 이유는 불안함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노조를 만들고 지난 4월 30일 하루 동안 파업을 하고 난 다음에는 요구했던 많은 것들이 현실이 됐습니다. 그럴수록 도서관을 위해 열심히 일 해야죠." 지난 18일 도봉문화정보도서관에서 만난 정점판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도봉문화재단분회 사무장(56)의 표정은 밝았다. 도서관에서의 노동이 떳떳하게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일에도 더욱 애착을 갖게 됐다.
사진 이의종


도봉문화정보도서관에서 기술직으로 근무하는 정 사무장은 도봉문화재단 소속이다. 도봉문화재단이 구립 공공도서관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도봉문화원에서 운영하던 구립 공공도서관들은 지난 2015년 7월 1일부터 도봉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게 됐다.

그런데2017년 7월 1일 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운영 주체는 또 다시 바뀌었다.

2015년 7월 1일 이후 도봉시설관리공단에 입사한 직원들이 상당수 있었고 이들 대부분은 다른 기관으로 소속이 바뀌는 것을 불안해했다. 그 이전부터 입사한 직원들의 경우에는 3번째로 소속을 바꾸게 되는 셈이었다. 연봉이나 경력 인정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다. 또 운영 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도봉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이런저런 서운함을 느꼈다.

결국 지난해 2월 사서직, 일반직, 기술직들은 용기를 냈고 지난해 7월 18일 도봉문화재단 노조가 출범했다. 분회장은 사서직으로 노조에는 4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 정 사무장은 "20~30대의 젊은 사서들이 노조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서 젊은 시절 노동운동을 했던 내게 도움을 청해 왔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노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할 생각을 했는지 대견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도봉문화재단도 노조를 인정하고 재단이 공식 설립되기 이전에도 재단 측을 대표해 교섭에 응했다. 그리고 경력 인정, 연봉 인상, 정규직 전환 등이 현실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계속 남아 있었다. 도봉문화재단분회는 도봉문화재단과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순조롭지 않았다.

노조원들이 느끼기에는 도봉문화재단이 일정을 늦춘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13차 교섭 끝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합법적으로 파업을 하게 됐다.

정 사무장은 "월요일에 휴관인 도서관들이 있어 실제로 파업을 한 곳은 3곳"이라면서 "이 곳들도 실제로는 대체 인력이 근무했기 때문에 시민들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원들이 빨간 조끼를 입고 근무를 하고, '4월 30일 파업으로 쉰다'는 안내문을 붙였을 때 관심을 기울여 주신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 시민들에게 '약속의 문제'라고 설명했고 이내 시민들은 '약속은 지켜야지'라고 노조원들을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파업 이후 며칠 지난 5월 3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위원장과 도봉문화재단 이사장 대행 상임이사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노조가 생기고 현실적으로는 연봉이 오르고 복지 혜택이 생긴 것이 가장 좋을 수 있지만 실제로 좋은 점은 '든든함'이라고 정 사무장은 밝힌다. 그는 "노조가 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든든하고 떳떳하다"면서 "도서관 직원들의 근무 조건이 좋지 않은 곳이 상당수 있는데 이에 대해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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