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범 국립축산과학원 원장

올봄 전북 김제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별한 동물 입학식이 열렸다. 염소 두 마리가 학교로 전학 온 것이다. 동요를 부르며 새 친구를 맞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동물을 돌보며 동물과 체계적으로 교감하는 이 수업의 정식 명칭은 ‘동물교감교육’이다. 농촌진흥청과 지역 농업기술센터가 힘을 합쳐 올해 4개 학교에서 ‘동물교감교육’을 진행 중이다. 염소뿐 아니라 토끼와 교감하는 ‘학교깡총’, 강아지와 교감하는 ‘학교멍멍’도 있다.

사업의 목적은 다양한 동물교감치유 모델 개발이다. 아이들이 동물을 돌보고 동물교감수업을 받으면서 사회적, 정서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학교멍멍’ 참여 학생의 경우 자아존중감이 15% 올랐고, 부정적 정서 중 공격성은 21.5%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학교깡총’ 참여 학생도 사회성이 13.2% 올랐고, 부정적 정서는 14% 줄어들었다.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신체적인 문제를 예방

동물교감교육의 뿌리는 동물매개치유다. 사람이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신체적인 문제를 예방하고 회복 효과를 얻는다. 동물매개치유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만 수십 가지에 이른다.

대표적인 것이 질병 예방과 심리 치유 효과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반려견을 키우면 혈관이 이완돼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인과 반려견이 100초 이상 눈을 맞췄을 때, 사람 몸에서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평소의 4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농촌진흥청은 학교에서 동물교감교육을 준비하기까지 많은 공을 들였다. 동물과 아이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우선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회의를 통해 동의를 구했다. 동물에 대한 두려움, 털 알레르기도 조사했다. 학교동물 규칙을 만들어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적고 동물복지와 학생들의 안전 등 주의해야 할 점도 교육했다.

또한, 동물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치료를 위해 인근의 수의사를 동물주치의로 배치했다. 프로그램 이름도 고심했다. 미국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식당 채소 메뉴에 재밌는 이름을 붙였더니 아이들이 2배 가까이 채소를 더 먹었다고 한다. 채소는 맛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뀌며 식습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래서 토끼, 강아지, 염소보다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학교깡총’, ‘학교멍멍’, ‘학교음매’로 지었다. 이러한 재밌는 이름으로 학생과 교사의 88%가 동물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또한, 80%의 학생들이 학교생활이 전보다 즐겁다고 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아이들이 동물에 대해 알아가며 동물을 자연스럽게 이해한다는 점이다. 인위적이지 않고 조심스러운 걸음, 자연스럽게 진짜 친구가 되는 것이다.

폭력과 따돌림 문제를 예방해 사회 경제적 비용 줄여

며칠 전 ‘학교음매’를 진행 중인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다녀갔다. 염소 ‘하루’와 ‘마루’의 소식을 전하며 아이들의 얼굴이 한 학기 동안 눈에 띄게 밝아졌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동물을 기르고 돌보는 것은 많은 인내심과 책임이 뒤따른다. 그러나 서로를 편견 없이 보게 하고 따뜻한 체온을 나눌 수 있는 동물 교감은 분명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13∼24세)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율은 전반적인 생활 46.2%, 가정생활 31.8%, 학교생활 52.5%, 직장생활 67.7% 등이다. 통계에 의하면 청소년의 사망 1위는 자살이다. 동물교감치유 모델 연구가 성과를 거둬 폭력과 따돌림 등의 문제를 예방함으로써 사회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데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 동물교감교육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인성 교육의 장, 치유의 장이다.

양창범 국립축산과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