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약국 허용, 약사·진보진영 개정에 소극적

정치적 이해로 국민투표법도 2년여 동안 위헌

국회 법제실 "위헌적 요소 제거는 국회 책무"

>> "[제헌 70주년인데...] 위헌 결정 법률도 안 고치는 국회" 에서 이어짐

2002년에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로 판결난 약사법도 16년 가까이 고쳐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헌재가 특별하게 개정시한을 명시하지 않아 국회는 특별한 압박을 받지 않은채 개정을 미뤄둬 현재도 위헌 판결된 법률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헌재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는 약사법 16조 1항에 대해 "법인을 구성해 약국을 개설, 운영하려고 하는 약사들 및 이들 약사들로 구성된 법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약사들의 결사의 자유, 평등권 침해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국회 법제실은 '헌재결정요지'를 통해 "약사법 16조1항은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약사가 아닌 자연인 및 일반 법인은 물론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의 약국 설립, 운영도 금지하고 있다"면서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여타 전문직과 의약품제조업자 등 약사법의 규율을 받는 다른 직종들과 달리 법인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이므로 헌법상의 평등권도 침해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도록 해 사실상 '개정시한'을 정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은 위헌인데도 판결이 내려진 현재까지 계속해서 적용되고 있다.

약사법이 개정될 경우엔 '법인 약국'을 허용하는 셈이라 "동네약국이 없어져 의료 소비자들의 후생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오랫동안 일한 모 보좌관은 "고칠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요구하거나 언급하는 쪽이 없다"면서 "애초엔 1법인-1약국 체제가 나오기도 했으나 요즘엔 이러한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위법 상황이긴 하지만 개정 요구가 없다보니 그냥 방치되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2014년에 위헌판결이 난 정당법도 개정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헌재는 정당법 44조(등록의 취소)에 의해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해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의 2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때' 정당 등록을 취소토록 한 조항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당등록 취소에 따른 유사정당명치사용금지조항도 위헌"이라고 했다.

특히 "이미 정당법에서 법정의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정당이나 일정기간 국회의원 선거 등에 참여하지 아니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는 등 다른 정치가 마련돼 있다"면서 "대통령 선거나 지방자치선거에서 아무리 좋은 성과를 올리더라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일정 수준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면 등록이 취소될 수 밖에 없어 불합리하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해당조문을 삭제하고 정당등록취소요건 중 총선 미참여기간을 4년간에서 10년간으로 취소요건을 강화하는 방안과 정당을 유지하기 위한 국회의원선거 유효무표총수를 2%에서 1%로 낮추는 방안 등이 논의됐으나 또다른 위헌 소지가 있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들어 개헌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던 국민투표법은 개정시한을 어겨 위헌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헌재는 재외국민이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을 헌법불합치로 선고하고는 "201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대외 선거인은 대의기관을 선출할 권리가 있는 국민으로서 대의기관의 의사결정에 대해 승인할 권리가 있으므로 국민투표권자에는 재외선거인이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국민투표권을 추상적 위험 내지 선거기술상의 사유로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참정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으로 국민투표법 조항은 재외선거인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국회에서도 함진규 심재권 이원욱 김도읍 이용호 등 여야 의원들이 재외국민의 국민투표 참여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여야간 이견이 없는데도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운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계류돼 있다.

국회는 이같은 위헌법률과 관련해 지난 2016년말에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법 58조엔 헌재 위헌결정에 대한 위원회의 심사와 관련해 상임위원장은 소관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소위원회에 회부해 이를 심사토록 한다는 조항이 새롭게 들어갔다. 개정 당시 국회는 헌재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더라도 늑장을 부리는 것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 법제실은 "헌재의 위헌결정이 내려진 법률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실질적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해 국회가 이를 신속히 개정해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라 할 수 있으나 일부 법률의 경우 개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