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핀란드 수도인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남을 강행해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푸틴을 감싸고도는지, 왜 그와의 단독 만남을 강행하는지 의문과 의심만 증폭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미국에서는 다수가 미국대선 개입을 진두지휘했을 뿐만 아니라 크림반도를 합병해 서방을 유린했고 시리아 사태에도 마음대로 개입해 꼬이게 만든 주인공으로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인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의 의심이나 특검수사, 참모들 만류까지 일축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남을 강행했고 그것도 통역만 대동한 채 단둘이 만났다는 점에서 분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뮬러 특검 러시아 군정보요원 12명 기소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정상회담을 가지려는 순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와 수사를 관리하고 있는 연방법무부의 2인자인 로드 로젠스타인 부장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제동을 다시 한 번 걸었다.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미러 정상의 만남을 사흘 앞둔 지난 13일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로 2016년 미국대선에 개입한 러시아군 정보요원 12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특검 기소 내용을 발표하며 "이번 기소에서 러시아 요원들 범죄에 미국인들이 연루됐거나 선거결과를 바꿨다는 증거는 없으나 여러명의 미국인들과 교신하려 시도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기소된 러시아인들은 전원 GRU라는 러시아 군 정보기관 소속 요원들로 2016년 미국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등은 물론 주선거위윈회, 선거관련 소프트웨어 제작회사까지 광범위하게 해킹한 혐의라고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설명했다.

이들 러시아 군 정보 요원들은 특히 주선거위원회에 침투해 미국유권자 50만명의 정보들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감싸기와는 정반대로 러시아에 대항해 존재하고 있는 나토 동맹국들에 대해선 벨기에 브루셀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 내내 독설과 위협을 서슴지 않고 날마다 입장을 번복하며 동맹 때리기, 동맹 흔들기를 계속해 논란을 샀다.

동맹국 정상들에 대한 험담과 부인은 취임 후 첫 공식 방문한 영국 데레사 메이 총리와 나토정상회의 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향해 막말을 한 후 면전에서는 둘도 없는 막역한 사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나 모두를 당황시켰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앞을 가로막는 불경스런 모습을 보였고 메이 영국총리에게는 "영국이 EU와 완전히 손을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영 협정 추진은 끝장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면전에서는 "메이총리를 험담했다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부인하고 미영간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합의했다. 이에 앞서 나토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은 국방비 지출은 늘리지 않고 미국의 안보능력에 무임승차하며 엄청난 무역흑자를 보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 대규모 가스거래로 러시아의 포로로 잡혀 있다"고 공박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또다시 설전,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정상회의 내내 회원국들이 GDP의 2%까지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로 한 합의를 조속히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은 독자 행동할 것"이라며 나토탈퇴까지 위협했다.

동맹 때리기, 동맹신뢰 흔들어

하루 앞서서는 GDP의 2%가 아니라 그보다 2배인 4%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해 회원국들을 당황시켰다. 그리고 나선 폐막회견에선 "미국의 나토 탈퇴는 없다"며 하루 만에 탈퇴 위협에서 탈퇴없다로 180도 번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회원국들이 많은 국방비를 빨리 내기로 했기 때문에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이유를 댔다.

나토 사무총장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GDP의 2%까지 국방비 지출을 점진적으로 늘리기로 한 목표에 변함이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던 말까지 전하고 있다는 식으로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개 나토동맹국 정상들이 모인 회의임에도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일방통행하고 독설과 험담, 위협도 서슴지 않은 모습을 보여 동맹들을 낙담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논란과 혼동의 나토정상회의를 마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나토를 믿는다"고 외쳤다. 그러나 나토 동맹국 정상들은 이구동성으로 "미안하지만 트럼프, 당신은 이제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탄식하는 분위기였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여서 썩어가는 구질서를 흔들 수는 있으나 피아구별 없이 마음대로 일방통행하며 동맹들을 향해 독설과 험담, 위협도 서슴지 않아 동맹신뢰를 무너뜨리고 미국의 위상도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 엘리트, 나아가 유권자들이 언제 어떻게 재평가할지 주시되고 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