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한국사회는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절벽, 빈부양극화와 이중구조로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초한 총체적이고 과감한 혁신이 요구된다. 고용·노동 및 노사관계 쟁점이 핵심 현안 중 하나다. 통상임금, 비정규직,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노동기본권 보장 등 모두 노동사회 정책과 산업경제 정책의 정교한 정책조합과 통합적 접근으로만 해결 가능한 매우 어려운 과제다.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이들 문제는 여소야대의 정치상황과 경직적 정치문화 등 정치구조, 소규모 개방경제와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재정·금융 거시경제 정책수단의 한계, 경제·산업구조의 양극화와 이중구조, 약탈적 먹이사슬 구조, 왜곡·위장된 노동시장인 과도한 자영업자의 과당경쟁 등 실사구시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일자리 및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공황 속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교훈

뉴딜시대인 1930년대 미국. 12년 보수정권의 끝물인 후버 대통령 말기, 국민을 잘살게 해줄 거라 믿었던 자수성가 백만장자인 후버 시절 대공황을 맞는다. 그간 소득분배는 극도로 악화됐고 전반적으로 반노동적, 보수적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사회는 활력을 잃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에 임금삭감, 해고와 노동통제로 대응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낙수효과 등 과거의 전통적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변화를 거부했고 정치권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가운데, 과감한 변화와 행동을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한껏 받은 루즈벨트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상하 양원도 모두 민주당이 석권. 대통령은 당선되자 국가가 처한 상황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며, 정치 지도자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취임 석 달 동안 과감하고 창의적인 개혁조치들을 취했다. 국회도 지체없는 입법으로 화답했다.

눈부신 성과에 국민들은 분노와 불확실 및 좌절감에서 벗어나 정부에 대한 지지와 기대가 한껏 고조됐다. 사회분위기는 무엇인가 해보려는 활력과 에너지 그리고 희망으로 넘쳤다. 경제위기 극복과 선순환의 계기가 마련된 것. 정부의 역할 및 책임과 관련해 과거 보수정권의 대기업 위주와 달리 부자증세, 대기업 규제 및 서민과 노동조합,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경쟁을 촉진시키고 경제를 밑으로부터 떠받치려 했다.

공공부문의 대토목 공사와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과 노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제반 정책들이 다양하게 추진됐다. 그 결과 노동조합원은 1933년 300만명에서 30년대말 1050만명으로 늘었다. 민주주의에서 대기업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종종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최악의 경제위기를 벗어나고 경제상황이 개선되자, 집권당 내부와 좌우 양극단으로부터 미국의 경제적 전통과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사회주의자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으나, 끝까지 중심을 놓치지 않고 정부의 역할과 경제 및 민주주의와 관련 새로운 전범을 만들게 됐다.

현재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공유부터

우리는 지금 각종 노동현안들로 인해 각 경제주체, 여야 및 정파간 치열한 논쟁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새로운 사태인데 여기에 대한 해법은 찾아지지 않고 있다. 위기라 할 수 있다. 정부정책의 최종 효과는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의 승리로 귀결된다. 아울러 모든 경제주체는 손실회피 편향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출발점은 현재의 우리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공유이다. 그리고 지향점은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방법은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 속에 노사정 및 여야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아래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 같이 살기 위해 양보와 부담하는 것이 그 내용이 돼야한다.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