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매체 복스 "6~8개월 내 60~70% 반출 제안" … "북한 거듭 거부"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들을 6~8개월 안에 60~70%를 국외로 반출하는 방안을 거듭 제안했으나 북한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는 미 언론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이에 따라 현재는 북한이 핵탄두와 핵시설들의 전체 목록을 제시해주기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해당 매체는 전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8일(현지시간)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에 6개월에서 8개월 안에 핵탄두의 60~70%를 미국이나 제 3국으로 반출하는 비핵화 시간표를 수차례 제안했으나 북한은 매번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두달 동안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이러한 내용의 비핵화 시간표를 여러차례 제시하며 수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 부위원장이 매번 퇴짜를 놨다는 것이다.

복스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공식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을 협상의 주요 목표로 삼고, 북한이 핵탄두 보유량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압박을 가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수차례 거절에도 불구하고 미측이 동일한 요구를 반복하자 북측은 불쾌해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6~7일 3차 평양 방문에서 1, 2차 방문 때와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하고,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고위급회담 직후 북측에서 "미국이 강도적 비핵화 요구만 늘어놓았다"며 비판 성명을 낸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북한은 당시 폼페이오 장관에게 비핵화 선결 조건으로 종전선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즈음부터 북미간 신뢰조성을 위해서는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며 미국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백악관은 이런 보도에 대해 미국이 비핵화 시간표 제안한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으나, 핵무기 반출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등 무엇을 제시했는지는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복스는 밝혔다.

미국은 현 시점에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핵물질, 핵시설 등 이른바 핵 신고리스트를 모두 공개하도록 추구하고 있다고 복스는 전했다. 북한이 핵무기 숫자를 아직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 시간표에 동의하더라도 반출하는 핵무기가 전체의 60%~70%가 맞는지 검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복스는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의 협상 단계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주목표는 북한이 핵무기 숫자를 공식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복스는 전했다.

그러나 북한에게 핵무기 반출은 물론 전체 핵목록을 공개하는 일이 상당히 어려운 난제일 것으로 미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북한이 미국측이 추산하는 65기의 핵탄두보다 훨씬 적은 20기 보유를 주장 한 후 그것을 폐기해 나가는 대가로 사실상의 주고받기 군축협상을 벌이고, 공개하지 않는 핵무기들을 남겨두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결국 북한과 미국의 후속협상은 폼페이오-김영철 라인 등 고위관리들의 협상으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해 정상간 담판이 다시 필요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단을 내린 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다시 갖고 담판을 벌어야 할 것으로 미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한국시간) 종전선언 채택을 다시 주장했다. 신문은 이날 '종전선언 발표가 선차적 공정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을 내고, 종전선언이 '시대의 요구'이자 '조선반도는 물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첫 공정'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북미가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에서 아직도 불신과 적대관계를 이어오는 것은 '비정상적 상태'라며 "이제는 조미가 종전선언이라는 단계를 밟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