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희 지음 / 행복에너지 / 1만5000원

여성이 남성에 대한 상대적 개념이 아닌 절대적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시대나 상황, 지위나 직업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펭귄 날다'는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다. 이 책은 '여성이 오롯이 여성'이 되는 것을 지향하는 마음이 듬뿍 담겼다. 최근 세계 도처에서 불어든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의 바람이 두터운 덮개로 가리워졌던 성폭력의 괴물을 적나라하게 들춰냈다. 정치권에서, 문단에서,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났지만 그동안 스스로, 타의로 가둬놨고 그래서 더 흉악한 모습으로 진화한 '인간이 인간을 파멸시킨 현장'이 공개됐다.

정치학자인 저자 송문희씨는 "미투 운동은 남성중심의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고 일상의 권력 관계를 재구성하는 물결"이라며 "그라운드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진정한 사회 혁명을 위한 비싼 대가를 치르는 만큼 세상은 변화하고 진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성폭력이 자행되는 수많은 환경들을 핀셋으로 짚어냈다.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성폭력에 침묵하는 법'에 정면으로 맞서며 "웃으면 헤픈 여자, 안 웃으면 성질 더러운 여자"라거나 "오늘 왜 화장 안 했어"라는 일상의 오류를 꼬집었다.

이 책은 고발에 그치지 않고 부단히 대안을 찾아다닌다. 여성들의 연대, 대처방법 등을 서술했으며 더 잔인한 2차 피해와 남녀 진영논리에 대해서도 강한 경계심을 보였다. 부록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의 생각이 담겼다. 무거운 주제의 해결점은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이다. '위드 유(with you)'가 '날아다니는 펭귄'은 아니겠지.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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