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실세총리' 때 '용산고 전성시대' 누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가 다가오면서 용산고가 '제2의 전성시대'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차기 민주당 당대표로 이해찬 의원이 유력시되면서 그의 모교인 용산고 출신 인물들이 다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13일 금융권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 용산고 인맥이 화려했었다"며 "최근 민주당 차기 당대표 유력 후보로 이해찬 의원이 거론되면서 용산고 출신들이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용산고 전성시대'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참여정부 때였다. 이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맡아 국정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 '실세 총리'라 불렸다.

당시 용산고 인맥의 위세는 특히 금융권에서 더 컸다. 대표적인 용산고 출신으로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꼽을 수 있다. 용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관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차관,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을 거쳐 금감위원장을 지냈다. 이명박정부 들어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말 손해보험협회장에 선출되며 금융권에 다시 복귀했다.

용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증권업협회장을 연임했다. 1대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까지 지낸 황 전 회장은 현재 미래에셋대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용산고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나온 김성태 전 대우증권 사장은 2007년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우증권 사장으로 꼽혀 화제가 됐었다. 비슷한 시기 SK증권 사장을 지냈던 김우평 전 사장도 용산고 출신이다.

한국은행 이승일 전 부총재는 한은에서 부총재보까지 지내고 2003년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006년 한은 부총재로 화려하게 복귀해 주목을 받았다.

외국계은행 경력으로 2003년 조흥은행 행장에 선임된 최동수 전 행장도 용산고 출신이다. 최 전 행장은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에 합병되면서 마지막 조흥은행장이 됐다.

참여정부 시절 정관계의 대표적인 용산고 출신 인사로는 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종석 통일부 장관 등이 있다. 권진호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이택순 전 경찰청장도 용산고 선후배 사이다.

최근 용산고 인맥의 세가 약해지긴 했으나 이 의원이 집권여당의 '실세' 당대표로 선출되면 참여시절 때와 같은 위상을 회복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관계자는 "우리나라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정치권 바람이 심한 금융권에서는 권력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회사 중에는 특정고 등 학연이나 지연 등을 활용해 권력층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찾아보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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